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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앤나 Sep 26. 2016

뉴욕 여행, 너를 만났다

뉴욕에 간다면, 당신은 무엇이 가장 하고 싶은가요?

뉴욕에 간다면 뭐가 제일 하고 싶어?


Newyork. 09. 2016.


뉴욕에 가기 전에 다큐멘터리 세 편과 뉴욕의 이야기가 담긴 책 네 권을 보았다. 그러고 나서 뉴욕과 관련이 있는 영화는 무엇이 있을까 찾아보다가, 문득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이 궁금했다. 뉴욕에서 만나 사랑에 빠지는, 혹은 어떤 추억을 찾아가는 영화 속 인물들보다 내 사람들이 생각하는 뉴욕이, 알고 싶었다.




이렇게 알아가려고 노력했던 적이 있을까. 한번 물어봤던 것을 몇 번씩 되묻기도 하고, 좋아하는 음식을 쉽게 잊기도 한다. 어느 곳으로 여행을 떠나기를 원하고 무엇을 꿈꾸는지에 대해 물어본 적은 있던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알아가는 것도 좋을지 모른다. 그렇지만 우리가 가진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모르기에.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이 뉴욕에 간다면 하고 싶은 게 무엇일까. 멀리서 바라는 소망을 조금이나마 채워주고 싶었다. 아주 작을지라도. 그리고 늘 한결같은 내 시야에서 나아가 다른 이들의 눈으로 더 넓게 세상을, 바라보고 싶었다. 


그래서 물었다.

어느 날 문득 그들에게.


뉴욕에 가게 된다면-
뭐가 제일 하고 싶어?


"스타벅스에서 커피 마시기!" 

커피보다 맥주를 좋아하는 그녀는 왠지 스타벅스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왜냐고 묻자 뉴욕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그림이란다. 내친김에 마시고 싶은 커피의 종류까지 물어보니, 그건 전혀 상관이 없다고 한다. "어떤 커피여도 다 좋을 것 같아. 그냥, 거기 앉아있기만 해도 재미있을 거야." 


"거리를 미친 듯이 돌아다녀서 내 머리에 넣고 싶어, 뉴욕을" 

'여행'하면 가장 먼저 떠오를 정도로 떠나는 것도, 돌아오는 것도 잘하는 그녀. 여행이란 시간이 있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만들어서 하는 것임을 보여주는 그녀는, 올해 세 곳의 해외여행지와 두 곳으로 국내여행을 다녀왔다. 시간과 돈이 여유롭냐고 묻는다면 전혀 그렇지 않다. 그녀는, 그저 덜 망설이고 더 용기를 낼 뿐이니까. 그런 그녀가 뉴욕에서 가장 하고 싶은 것은 거리 곳곳을 걷는 것. 아, '미친 듯이'. 아마, 그녀가 여행지와 사랑에 빠지는 방법인 걸까. 마음껏 사랑하면 헤어질 때 미련도 덜하다고 했던가. 그래서 그녀는 그렇게 일상에 잘, 돌아올 수 있는 걸까.


"타임스퀘어 앞에서 멀뚱하게 서있기" 

가장 좋아하는 여행지는 스위스, 그리고 다음번에 가보고 싶은 곳은 그리스. 아름다운 풍경과 여유를 사랑하는 그녀는 어쩐지 타임스퀘어라고 대답했다. 아마도 뉴욕에서 가장 화려하고 번잡할 장소. 자신을 알아서일까, 멀뚱하게 서있기라고 대답한 것은. 정신이 쏙- 빠지고 어쩐지 낯선 그곳에 녹아들지 못할 것임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가고 싶다고 대답한 이유는 무엇일까. 여행이란, 시도해 보지 않았던 것도 어쩐지 해보고 싶어 지는 곳일까. 아니면 한 번쯤 나를 놓아버리고픈 일탈일까.


"평범한 거, 맛집을 찾고 구경하는 거" 

지난 오월에 결혼을 해서 신혼을 보내고 있는 친구. 친정엄마가 차려준 밥만 먹다가 이제야 김치찌개와, 계란말이를 해내며 "차리는데만 두 시간이야!" 울먹이는 귀여운 그녀의 바람, 평범한 거. 여유로운 시간. 엄마 밥을 먹을 때가 좋았다며, 그 순간을 그리워하는 그녀에게 지금 가장 소중한 것은 어쩌면 가장 쉽게 흘려보냈던 것이니까. 시간이 지나면 살림에 능숙해질 그녀가, 부디 빨리 평범하게 특별한 순간을 다시 맞이할 수 있기를.


"아메리카노 마시고, 유람선 타기 정도요." 

회계팀에서 일하는 직장 선배의 대답. 뉴욕에 대해 잘 모른다고 덧붙였지만, 유람선을 말한 사람은 처음이었으니까. 언젠가 그는 혼자 이탈리아로 여행을 떠난 후 자동차 일주를 했다. 어쩌면 가장 재미있는 방법으로 인생을 걸어가는 법을 찾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멧과 모마 가는 거!" 

미술을 전공한 그녀는 아이가 조금 더 자라면, 대학원에서 미술심리치료를 배우고 싶다고 했다. 대학생 시절 뉴욕에 머물 때면 하루 종일 멧(매트로폴리탄 박물관)에 머물렀고 모마 현대미술관의 특별전시가 열릴 때마다 가서 보았다는, 나의 도슨트. 그녀와 미술관에 갈 때면 작품의 배경은 물론이고 사람들의 다양한 평과 함께 그녀의 생각까지 덧붙여, 나에게 눈높이 해설을 해주곤 하니까. 그림을 사랑하고 그림에게 위로받는 그녀를 위해서라도, 내가 여행할 즈음 모마 미술관에서 꼭 특별전이 열렸으면 좋겠다고 바랐던 때.


"홀푸드마켓에서 유기농 먹거리 사기!" 

남자로는 드물게 장 보는 것을 좋아하고 주말이면 요리를 하는 싱글남, 그의 대답. 어떤 남자가 뉴욕에서 유기농 먹거리를 사고 싶다고 할까, 웃음이 나왔다. 평소에도 건강을 생각하는 그가 떠오르며 뉴욕의 시장이 그의 마음에 든다면, 내 마음에도 들 것은 두말할나위가 없을 것이라고.


뉴욕, 센트럴파크. 이 곳을 걷는데 아시아인에게 사진을 부탁했거든. 그런데 나에겐 영어로 말하고 자기들끼리는 한국말을 하지 뭐야. 그리고 어쩐지 우리는 계속 영어를 써야했어.



나는 깨달았다.

그들은 뉴욕에서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그들의 꿈을 이야기했음을. 

작고, 흔해 보일지라도 그들의 간절한 바람임을. 누군가에게는 평범해 보이는 미술관에 가는 것이, 유람선을 타는 것이, 그리고 거리를 활보하는 것이 바로 그들이 인생을 살아가는 방식이며 가장 의미 있게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우리는 여행에서 하고 싶은 것이 제각각이며, 기억에 남기는 것도 다르고, 돌아와서 살아가는 방법 또한 다를 수밖에 없다고. 그리고 그것은 너무나도 소중하다고, 한 사람에게는. 


그리고 나에게도 물었다.

뉴욕에 가서 가장 하고 싶은 것에 대해.

너의, 나의 꿈이 무엇이냐고.


Newyork. Papersource.



"뉴욕에 가서 꼭 해보고 사진 보낼게!" 약속을 했다. 너의 간절한 바람에 조금이나마 힘이 된다면. 

그리고 사실은, 잠시라도 네가 되어보길 바랬다고. 너를 이해하고 싶어서.



To. SJ 뉴욕, 유람선타기. 사실 기대하지 않았는데, 자유의여신상이 저렇게 클 줄 정말 몰랐거든. 크기에 놀라고 풍경에 반했지 뭐야.
To. CK 유기농홀푸드마켓. in UnionSquare. 건강한 먹거리는 물론이고 식용꽃과 갓 구워낸 빵까지, 여기 정말 맘에 들었어. 식품 대신 어쩐지 허브를 사오긴 했지만.


To. SA 그래서 아이스음료를 마셨어. 한국에서나 뉴욕에서나, 친구들 말마따나 '그 놈의' 라떼를 주구장창 말이야. 
To. JI 후후, 너 말 처럼 멀뚱하게 있어보려고 했는데 나는 제자리에 빙글빙글 몇 바퀴를 돌았어. 상상이 되지않니? 
To. MA 여기는 사라베스, 맛집이기도 하지만 우리는 분위기도 중요하게 생각하니까. 하하. 한국에 가면 늦은 점심, 브런치를 먹자. 여유롭게.
To. SW 지나치다가 이 그림을 보고 '헉!' 하고 소리가 나왔지 뭐야. 얼마나 오래 서 있었는지 몰라. 한국에 가면 마티스의 그림에 대해 자세히 들려줘.
거리를 미친듯이, 돌아다녔어 정말로. 그래서 슬립온을 벗어버리고 푹신한 운동화까지 사야했을 정도로. 한국에 가면 많이 많이, 얘기하자. 우리가 꿈꾸는 여행에 대해서.


뉴욕에서 너를 만나다.
너를, 뉴욕에서 만나다.

그해 늦여름부터 이른 가을까지,
우리의 뉴욕에 빠지다.


아주 아무렇지도 않아보이지만, 사실은 정말로 원하는 것임을. 커다란 꿈의 작은 씨앗일거라고.


Tip )

Starbucks 뉴욕에는 정말 한블럭마다 스타벅스가 있는데, 타임스퀘어점에는 특별히 '타임스퀘어 에디션' 들이 있습니다. 텀블러나 씨티머그컵을 구매할 분들이라면 가보시길 바랍니다. 아, 현대미술관 모마 앞 스타벅스 카드가 가장 심플하고 예뻤어요! 위에 있는 사진이랍니다 :)

Met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은 세계 3대 박물관답게 정말 무지막지하게 큽니다. 관마다 구경하고 Exit을 찾는 것도 처음엔 적응이 안되기도 횄어요. 입장할 때 꼭 지도를 받아서 (한국어 지도도 있습니다) 가시고, 이왕이면 보고싶은 그림은 스마트폰에 저장해두었다가 직원에게 보여주면 위치를 쉽게 찾을수 있습니다. 참, 5층 루프탑 전망이 정말 예뻐요. 저는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전망보다 좋았습니다.

홀푸드마켓 유니온스퀘어 역에서 월/수/금/토요일에 열립니다. 신선한 먹거리와 예쁜 꽃과 허브, 갓 구워낸 쿠키나 잼 등 구경할 거리가 많아요. 그러니 점심때즈음 들리셔서 간단하게 요기를 하셔도 좋아요. 유니온스퀘어 공원에는 앉아서 간식을 먹는 사람들도 꽤 많습니다. 아니면, 숙소에 들어갈 때 쯤 들려서 장을 보고 가도 좋습니다. 참, 여기에서는 체스대회가 열리는데 체스판을 두고 경기를 벌이는 사람들이 많아요. 귀여운 꼬마들이 도전하기도 하니 그 모습을 응원해도 좋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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