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re is your favorite place in NewYork?
Where is your favorite place
in New York?
"뉴욕에서 어느 곳을 가장 좋아해요?"
12명의 뉴요커에게 물었다. 길거리, 카페, 택시, 소품가게, 공원, 서점. 내가 만난 ‘지금, 뉴욕’에 사는 그들에게. 그리고 그들은 대답했다. 그들이 가장 사랑하는 것은 무엇인지, 그래서 이루고 싶은 꿈은 무엇인지.
30년 전 미국에 ‘살기 위해’ 왔다는 한인 택시 기사 아저씨는 말했다. 새벽부터 끌려나가 어딘지 모르는 연안에서 6개월간 그물질을 하고, 이후 뉴저지 닭 사료 공장에서 3년을 일하고 나서야 가영주권을 얻었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택시기사를 하고 있는 그가 뉴욕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 타임스퀘어. “엄청 화려하거든요... 정말 화려해요.” 라는 말을 덧붙이며. 낮과 밤, 꿈과 현실, 화려함과 초라함이 공존하는 곳.
그의 꿈은 무엇일까.
어쩌면 30년 전과 같지 않을까.
뉴욕에서 잘, 살아가는 것.
‘살기 위해’가 아닌 ‘살고 싶은’ 뉴욕에서 잘 살아갈 수 있기를, 땅에 쏟아진 별 타임스퀘어에서 바랐던 소망.
뉴욕의 공중정원 위, 철길따라 피어난 꽃이 바람에 흔들렸다. 하이라인 파크 위, 지평선이 반짝이는 햇살에 눈부셨다. 그녀는 하이라인 파크에서 아이스크림을 팔고 있다. “리틀 이탈리아와 차이나타운! 그곳에는 정말 아기자기한 상점들이 많아.” 친구들과 요즘 가장 많이 가는 곳이라고 대답하는 그녀.
아마도 그녀의 휴일은
색다른 달콤함이
넘칠 것만 같아.
내게 건네준, 아이스크림만큼.
소호의 스타벅스에서 만난 그. “Do you watch my bag?"이라는 질문에 ”No"라고 바보같이 대답하고야 말았던. (커피를 주문하고 올 테니 내 가방 좀 봐줄래?라는 질문이었고, 이럴 땐 Sure이라고 하면 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민망하고 창피해서 위축된 나에게, “Nononononno!!" 하며 전혀 신경 쓰지 말라고, 그럴 수도 있다고 한껏 달래주는 그의 상냥함에 반강제로 기분이 나아졌던 순간. 뉴욕에서 어디를 가장 좋아하냐는 내 질문에, ”Starbucks!"라고 말해 또다시 나를 웃게 한. ‘그렇지, 스타벅스에 좋아하니까 여기에 있는 거겠지? 이건 정말 상상도 못 한 대답이야.’ 생각했던 때. “많은 뉴요커들은 이렇게 맑은 날씨에 공원에 가서 와인을 마시거나, 테라스에 앉아서 햇볕을 쬐지. Oh 난, 싫어. 여기 이렇게 시원하게 앉아서 커피를 마시는 게 내 취향이거든. 근데 그거 알아? 나 배우를 하고 있거든.” 한참 대화를 하다가 알게 된 사실. 이름을 말해줬는데, 까먹고야 말았지. 사람들이 알아보는 탓에 실내를 더 좋아하는 걸까, 뒤늦게 생각했지만 그때 이미 그는 떠난 후였다.
뉴욕에서 가장 흔한 스타벅스를 제일 좋아하는,
테라스보다 실내에 머무는 것을 선호하는,
내가 만난 부드럽고 센스 있었던, 그.
소호의 스타벅스에 가면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그리니치 빌리지의 여행책 전문서점 ‘아이들 와이즈 북스’의 점원 Jennifer는 “맨해튼밖에도 굉장히 멋있는 곳들이 많아. 그중에서 나는 윌리엄스버그를 가장 좋아해!”라고 말하며, 꼼꼼하게 그곳의 정보에 대해 적어주기 시작한다. 굴요리 전문점과 디너로 먹기 좋은 레스토랑까지. 여행책을 펼치면 한눈에 들어오게끔 잘 정리된, 리스트처럼.
맨해튼 밖의 뉴욕으로
떠나는 짧은 여행은
그녀의 말처럼 틀림없이 재밌을 거야.
카페에서 내 옆자리에 앉았던 그녀, DINA. 뉴욕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이 어디냐는 내 질문에 “우리, 같이 찾아보자!”라고 말한 유일한 사람. 인도와 브라질을 혼자 여행했다는 씩씩한 그녀, 미술관보다는 하이킹을, 박물관보다는 트래킹을 좋아하는 그녀는 뉴욕에서 센트럴파크를 가장 좋아한다고 했다. 특히 자전거를 타고 호수를 도는 것을 가장 사랑한다고도. 뉴욕의 관광지를 같이 찾아보다가, 하이라인파크에서 열리고 있는 ‘별 관측 체험’을 위해 떠난 디나, 나의 친구.
그녀가 사랑하는 시간, Now.
그녀가 사랑하는 단어, why not.
윌리엄스버그의 사랑스러운 수제 비누 가게. 쇼윈도에 진열된 케이크 비누를 보고, 들어가서 4개나 사버린! Soap Cherie. 여행자에게 부피가 큰 짐은 피해야 할 대상임을 알고 있음에도, 아이스크림 콘모양까지 달려 포장도 어려운 비누를 기어이 네 개나 사고야 말았던, ‘예쁜’ 비누. 세상에, 그녀가 색색의 포장지로 쌓고 또 쌓으며 두 박스에 나눠서 줄 때 '오 마이 갓. 내가 이걸 왜 4개나 샀지. 실용적이지도 않고 꼭 필요하지도 않을뿐더러 부피도 많이 차지하잖아.' 그제야 정신이 들었던, 그러나 지금 내 방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곳에 올려져 있는 비누. "그렇게까지 포장하지 않아도 돼."라고 애써 말하는 내게 "조금만 기다려줘. 이렇게 포장을 하면 훨씬 보기 좋아. 난, 예쁘게 만들어 가는 게 정말 좋아."라고 말해 아- 날 충격받게 했던.
그래, 어쩌면
정말 '필요한' 것은
예쁘게 세상을 만들어 가는 방법.
그녀가 사랑하는 곳. 로베르타의 피자와 그 옆에 있다는 캔디 가게. 가보진 못했지만 나중에 인터넷으로 찾아본, 로베르타의 피자는 멀리서도 알아볼 만큼 색색깔로 알록달록해 ‘역시, 그녀다워.’ 하며 웃을 수밖에 없었던, 사랑스러운 이태리 레스토랑.
뉴욕의 중심 맨해튼에서 마차를 탈 수 있는 곳, 센트럴파크. 건초를 먹고 있는 말 앞에 서있는 그에게 물었다. 당신이 뉴욕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이 어디냐고. 초록이 펼쳐진, 그림 같은 공원에서 말을 몰고 있는 그는, 브루클린 브릿지라고 말했다. 그리고 해가 지고 나서, 라는 말을 덧붙이면서. 일이 끝난 후 그곳에 자주 간다고 했다. 다리 위를 뚜벅뚜벅 건너는 모습이 떠올랐다. 초록색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그곳.
땅의 해가 지고
도시의 별이 떠오르는 순간,
브루클린 브릿지를 건너며
그는 무엇을 바라볼까.
아마도, 그는 아주 천천히 걸을지도 모른다고.
뉴욕의 가장 아름다운 서점 ‘리졸리’의 주인은 말했다. “이틀리를 가보았니? 다양한 식재료와 소품이 진열되어있는, 정말 아름답고 풍부한 곳이야.” Eataly는 Etaly와 Eat의 합성어로, 이탈리아 전문 식료품 매장인데 올리브, 잼, 빵은 물론 식재료와 요리책까지 구매할 수 있는 곳이다. ‘Eat better, Live better' 이틀리의 모토처럼 예술의 성지, 이탈리아를 다양하게 느낄 수 있는 곳. 그리고 그것들을 아름답게 표현해 내는 곳. 책을 가장 아름답게 전시한 리졸리 서점과, 이탈리아 음식을 가장 풍요롭게 진열한 이틀리는 얼마나 닮아있을까.
늦은 밤, 스타벅스에서 만난 Dia. 벤티 사이즈의 초콜릿 칩 프라푸치노 두 잔을 테이블에 내려놓고, 내 앞에 앉은 그녀. 순간 너무나도 큰 사이즈의 초콜릿 음료에 살짝 놀란 내 표정을 본 그녀는 웃었다. 그리고 “엄청 크지? 내 남자 친구 것도 같이 주문한 거야.”라고 말했다. 난 당황한채 “어어, 좋아. 진짜 맛있어 보인다.”라고 말할 수밖에. 그렇게 시작된 대화. 밖에서 움직이는 것보단 실내에 있는 것을 훨씬 사랑한다는 그녀는, 여행도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게다가 비행기를 타는 것은 정말이지 불편해서 싫어한다고.
그녀가 추천한 곳은
맨해튼 42번가 브로드웨이에서
‘액션 영화’ 보기.
나에게 “브로드웨이에서는 공연도 좋지만, 영화관도 정말 많아. 어떤 영화를 좋아하니? 오, 액션도 좋아한다고? 나 얼마 전에 남자 친구랑 본 영화가 있는데!” 요새 가장 재미있게 본 영화를 추천해준 Dia. 그리고 어쩐지 다른 SPA 브랜드보다 h&m 옷들의 소재가 훨씬 좋으니 참고하라는 말도 덧붙인다. 음료와 함께 사온 카스텔라를 같이 먹으며 신나는 액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던 그녀가 뉴욕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 맨해튼 브로드웨이 극장.
떠나는 것보다 머무르는 것을 사랑하는 그녀가 가장 사랑하는 영화는, 액션.
브로드웨이의 밤, 거리를 지나던 내게 아이스크림을 사주었던 Bahi. “(대체 왜) 내게 아이스크림을 사주는 거야?”라는 내 질문에 “여긴 뉴욕이니까.” 라던 마치 영화 속 대사를 했던 그답게, 뉴욕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은 모든 곳.
뉴욕의 어떤 곳에서든
행복을 찾을 수 있다고
알려준 그, Bahi.
좋은 일을 하면 돌고 돌아 언젠가 나에게로 돌아온다는 말도 덧붙였다. 내가 만나는 뉴욕의 모든 곳에는 행복해질 수 있는 이유들이 있음을, 그래서 나는 언제 어디서라도 즐거울 수 있음을 알려준 그. 아이스크림을 빚진 그에게 언젠가 갚을 날이 올까. 돌고, 돌아 언젠가.
“와우, 너무 어려워! 이런 질문은 처음 받아봐.” 그녀들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귀여운 회의 끝에 말했다. “하이라인파크, 새로운 생명을 느낄 수 있는 곳이야.” 뉴욕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원으로 꼽히는 곳. 버려진 고가 철도가 하늘공원이 된 곳. 시민들의 참여로 다시 태어난 곳. 하이라인파크는 뉴욕시가 소유하고 있지만 시민단체인 '하이라인의 친구들'이 실제로 관리와 운영을 맡고 있다고한다.
하우징 웍스 북스토어 Housing Works Bookstore. 에이즈 환자와 홈리스를 위해 수익금 전액을 기부하는 서점. 뉴욕 시민들에게 기부받은 책으로 운영하며, 직원들 모두 자원봉사자인 곳. 에이즈 인식개선을 위한 행사나 다양한 문화 교육 콘텐츠를 운영하는 서점.
하이라인파크가 아름다운 이유는, 쓸모없는 것이라 불렸던 것이 아름다운 것으로 다시 태어나서 일거라고.
공원이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공원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더 아름다워서일 것이라고.
버림 대신 나눔, 따로 대신 같이, 죽음 대신 탄생을 볼 수 있는. 버려지는 것으로, 가치를 만들어가는 곳. 새로운 생명을 느낄 수 있는, 하이라인파크는 아마 당신 마음에도 들 거라고, 이곳 하우징 웍스 북스토어처럼.
뉴욕의 요리책 전문 서점에는 100년을 훌쩍 넘은 책들이 있다. ‘누군가에게 만들어줄 음식을 위해’ 펼치고 또 펼쳐본 흔적이 묻은 책. 그리고 아주 오래된 머그컵과 에이프런 마저 어떤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요리책 서점 주인 Bonnie는 뉴욕에서 이코노미 캔디를 가장 좋아한다고 했다. 어릴 때 할아버지 손을 잡고 갔던 곳이라며, 달콤한 것을 좋아한다면 분명 맘에 들 거라는 말도 덧붙였다. 뉴욕에서 ‘국민학교’ 후문에 있던 사탕과 공책들이 가득한 문방구를 만나고 싶다면- 실제로 나의 친구들이 받고 가장 재미있어했던 선물을 파는, 이코노미 캔디를 가보기를. 맨해튼의 중심에서 ‘옛날 과자집’로 들어가 그들의 추억을 만나보기를. 참, 이코노미 캔디 가게 아저씨는 뉴욕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로 캔디 가게가 위치해있는 ‘사거리 젤라또’ 가게라고 했다.
달달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추천하는 달콤한 이야기가 있는 곳,
Economy Candy.
“어디를 가장 좋아하는지” 물었고
그 질문은 곧
“무엇을 가장 좋아하냐고” 와 같았다.
그들은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것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장소들은
그들의 ‘지금’ 모습과 너무나도 닮아있었다.
도전하는 것과 머무르는 것을
예쁜 것과 오랜 추억이 묻은 것을
떠나는 것과 돌아오는 것을,
사랑하는 그들과.
처음엔 뉴요커들이 꼽은 뉴욕의 핫 플레이스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그들의 대답을 노트에 적어가며 깨달았다. 핫플레이스가 아니다. 그들이 살고 싶은 길이다. 곧 꿈의 조각이다. 그렇기에 뉴욕에서 어디가 좋은지 절대 같을 수 없고 설령, 같다 해도 ‘왜’ 같은지 이유는 다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 역시 내가 어느 곳을 가야 하는지 스스로 정할 수밖에 없었다. 여행중에도, 그리고 살아가면서도.
만약 내가 당신에게,
서점에서 어느 코너에 가장 오래 머무는지
아이스크림은 어떤 맛과 색깔을 좋아하는지
지치고 피곤하면 무엇으로 힘을 얻는지
아주 외로울 때는 누구를 찾는지
한국에서 어디를 가장 좋아하는지
묻는다면, 당신은 무엇이라고 대답을 할까.
거기엔 곧
당신이 사랑하는
그래서 놓지 않은
마침내 이루어갈
꿈이 담겨있음을
그렇기에 결코 다른 사람과 같지 않은, 당신만의 그곳이 될 것임을.
그래서 묻는다.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곳은
어디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