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 카페, 그리고 집 Housing Works Book Cafe
고소한 산미를 풍기며 오늘의 커피가 못 견디게 마시고 싶어지는 핸드드립 카페, 갓 구워낸 스콘향이 진동을 해서 먹지 않고는 도저히 배길 수 없는 베이커리 카페, 넘기는 책장 사이로 따스한 커피향이 베어들것만 같은 작은 북카페. 그래서 카페를 떠올리면 느껴지는 분위기와 생각나는 디저트는 모두 제각각이다.
하우징웍스 북스토어 카페를 떠올리면 따뜻하다. 그 곳에 있는 헌 책, 좋은 사람, 그리고 향 좋은 커피까지도.
하우징웍스 북스토어는 수익금 전액을 집이 없는 사람들과 에이즈에 걸린 환자들을 위해 기부한다. 이와 함께 에이즈 인식개선을 위한 행사를 지원하고 문화 교육 콘텐츠를 운영하고 있다. 서로 어우러져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서점, 카페, 그리고 집 Housing Works Bookstore Cafe.
시민들에게 기부 받은 책과 음반
공정무역으로 들여온 원두
자원봉사자로 이루어진 직원들
수익금 전액을 기부하는 서점
하우징웍스 북스토어는 여행 일정에 따라 셋째날 가는 것으로 예정 되어있었다. 대개는 이동이 효율적인 동선으로 계획을 짜게 되니까. 그러나 한 두 개가 - 주말 지하철 운행 노선 변경, 플리마켓 시간 변경 등 - 쉽게 어긋나며 둘째날의 일정이 어그러졌고 다시 계획을 세워야 했다.
‘휴.’ 커피가 간절했다. 사실, 커피 보다는 편안하게 머무르고 싶은 카페가 필요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뉴욕의 핫한 카페들을 뒤로하고, 가장 따뜻한 북카페를 떠올렸다. 그래서 하나도 효율적이지 않은 동선을 따라, 생각하면 편안해지는 그곳으로 출발했다. 여행 일정이 어쩐지 엉킨, 커피가 마시고 싶었던, 일요일 오후에 브루클린에서 맨해튼 소호로.
멀리서 하우징웍스 북스토어 간판이 보이자, 꼭 예전에 와봤던 곳에 다시 온 기분이다. 어쩐지 친근한 그곳에 다다르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여행자에게 대부분의 공간은 낯설지만 설레는 대상인데, 여기 하우징웍스 북스토어는 왠지 낯익고 편안하다. 어쩌면 위로마저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록색 문을 열고 들어가니 사진으로 보아왔던 모습이 앞에 펼쳐졌고,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따스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고풍스러운 원목 계단이 2층으로 이어지고 천장까지 벽면을 가득 채운 책 들.
뉴욕의 매력적인 서점들은 저마다의 주제가 있다. 뉴욕에서 가장 크다거나 보유하고 있는 책이 다양하거나, 다루는 책이 주제가 있다거나 (요리, 여행, 동화, 패션처럼) 가장 오래되었다거나, 희귀본이나 절판된 책을 취급한다거나. 그러나 하우징웍스 북스토어는 어느 것 하나 완벽하지 않다. 서점은 아주 크다거나 작지도 않으며, 모여있는 책들 또한 분야가 전문적이지도 않다. 내가 갔던 서점들 중 유일하게 ‘특징’이 없지만, 단 하나의 공통점들이 있는 곳. ‘뉴욕시민들이 기부한 책과 음반 그리고 영화’ 라는 것이다. 하나, 하나가 모두 ‘기부된 책과 음반’ 이기에 1달러 품목도 가득하고, 일반 가격의 50~30% 가격에 책이나 DVD를 구매할 수 있다.
나도 책을 기부하고 싶었다. 읽고 싶은 책을 사오는 것도 좋지만, 기부로만 운영이 되는 서점에 나 역시 작은 힘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하우징웍스 북스토어 카페에 기부할 책 세 권을 캐리어에 넣었다.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는 책이면 좋을 것 같아. 한국 책도, 영어책도 골고루.
Me before you 한국어판, River Boy 영문판,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시집.
Me before you. 불의의 사고로 사지마비환자가 된 남자 그리고 당차고 씩씩한 여자의 만남, 죽음으로 그를 떠나보내지만 그의 바람대로 인생을 더욱 아름답게 펼쳐가는 이야기.
River Boy. 괴로운 순간이 지나면 어느덧 놓여있는 삶의 선물을 발견하듯, 상실의 순간과 그 후에 찾아오는 삶의 선물에 대한 이야기.
두타연고양이. 일상에서 만나는 작은 위로가 담긴 시집.
책을 기부하고, 커피를 주문했다. 우유가 듬뿍 들어간 부드러운 라떼.
어쩌면 내 나이 또래일까? 밝은 웃음이 끊이지 않던 다정한 그녀들에게 물었다. “뉴욕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이, 어디에요?” 그녀들은 “와우! 어려워. 이런 질문은 처음 받아봐.” 하며 회의에 돌입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나는 웃었고, 자신의 커피를 기다리고 있던 여자는 내게 말했다, “그린티를 좋아해요? 맨해튼에 정말 유명한 카페가 있어요!” 하며 유기농 녹차와 그 카페가 가진 가치관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얘기해준다. 그러는 사이, 회의를 마친 그녀들이 말한다. “하이라인파크. 새로운 생명을 느낄 수 있는 곳이야!” 버려진 고가 철교. 아무도 이용하지 않은 낡고 오래된 철교는 뉴욕 시민들의 참여 아래, 지금은 뉴욕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중 정원이 되었다. 철길 따라 피어난 꽃이 아름답고, 저 멀리 보이는 지평선이 눈부신 Highline Park. 나 역시도, 정말 좋아하는 그 곳.
라떼를 받아들고 적당한 자리에 앉았다. 일정을 천천히 다시 세우려고 했는데, 지금 이 순간이 너무 좋아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가 않아졌다. 그냥, 이렇게 머무르고 싶었다. 꽤나 오랫동안. 서점을 둘러보니 책의 종류가 꽤나 다양한 편은 아니었고, 새롭거나 최신인 영화도 없었다. 커피 가격이 저렴하다거나 디저트 종류가 풍부하지도 않은, 어느 것 하나 완벽하지 않은 서점. 그러나 이렇게 마음에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찬찬히 주변을 바라보니 부드럽게 2층으로 이어진 계단을 따라, 시민들에게 기부받은 책은 천장까지 가득하다. 사람들은 누군가들이 기부한 책을 꺼내 읽고 있었으며, 바리스타를 포함한 모든 자원봉사자 직원들은 따뜻했고, 커피향은 서점 곳곳으로 부드럽게 퍼져나갔다. 모든 것이 평화로웠다. 희망의 메시지가 가득한 책들 사이에 파묻혀 커피를 마시고 있으니, 무엇을 바랄까. 게다가 여기, 커피마저 맛있다.
좋은 장소를 추천해줘서 고마워! 하이라인파크 꼭 가볼게. 하우징웍스 북스토어의 가치관은 정말 따뜻해. 나 역시도 여기에서 커피를 마실 수 있어서 행복해.
하우징웍스 북스토어에 행복이 가득하기를 바란다며, 한국의 작은 복주머니를 건네자 그녀들중 한 명이 울컥해한다. “어머, 이런 선물은 처음이야.” 웃으며 그녀를 토닥이는 동료들. 예상 밖의 반응에 내가 더 당황스러웠지만, 작은 마음을 크게 받아줘서 그마저도 고마웠던 순간.
여행중에 문득
어떤 카페가 생각날 때,
설레고 두근거리는 장소보다 익숙하고 편한 장소가 그리울 때.
고소한 커피와 간단한 샌드위치가 먹고 싶을 때.
하우징웍스 북스토어 카페로 가보기를.
어쩌면 사람들이 ‘하고 싶은 말’ 일지도 모르는 메시지가 담긴 책들이 가득한, 소호의 북카페.
뉴욕 시민의 책 들이 있고 뉴욕을 아끼는 봉사자들이 운영하며 뉴욕을 사랑하는 방법을 나누고 있는 서점,
그 곳에서 당신은 따스한 책을 한 권 사게 될지도 모르고, 오래된 나무 의자에 앉아 지친 몸을 쉬게 할지도 모른다. 게다가 서점 안을 가득 채운 커피 향에 꽤 오래 머무르게 될수도 있다.
작은 쪽지에 울먹일 만큼 감성이 풍부한, 그녀들이 만드는 커피는 꽤나 달콤하니 꼭 마셔보기를.
소호의 사랑스러운 북카페 서점, Housing Works Bookstore Cafe.
당신이 행복해질 공간, 소호의 오래된 북카페에서.
Housing Works Bookstore Cafe
주소: 126 Crosby St, New York, NY 10012
연락처: +1 212-334-3324
영업시간:
월요일~수요일, 금요일은 오전 9:00~오후 9:00
목요일은 오전 9:00~오후 6:00
토요일~일요일은 오전 10:00~오후 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