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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미쓰 코리아!

당신의 이름은 무엇인가요?

by 유앤나

옆 집 아줌마, 10층 할머니, 장난꾸러기 꼬마, 이사 온 새댁.

기억 속 이름들을 떠올리면, 그 날의 배경과 날씨마저 떠오를 정도로 생생할 때가 있다.

내가 기억하는 그들의 이름,

변하지 않을 그 날, 그래서 추억이라 부르는 것들.



당신의 이름은 무엇인가요?


2016, New York.



여행지에서 나는 거리마다 다른 이름을 갖는다.

숙소 건물을 나서면 관리인은 "oh, Korea!"라고 부르고

빌리지의 트라이시클 운전수는 "Hi, Beautiful" 이라며 손을 흔든다.

몇 번 들린 과일가게 청년은 "Hey-!" 하며 씨익 웃는다.

길에서 마주치는 낯익은 얼굴들은 날 보며 미소를 짓거나 윙크를 보내기도 한다.


"Youna. 널 유나라고 부르면 되니? 내가 널 어떻게 불러야 할까?" 익숙하지 않은 발음으로 내 이름을 '잘' 부르고 싶다며 알려달라는 그녀에게 "내 이름은 윤아야. Youna. 한국에서는 Na가 Me를 가리키거든. 그래서 you and me라는 뜻이야."라는 대답에, 날 "You and me"라고 부르는 그녀, 나오미와 "Miss Yuna!"라고 마치 출석을 부르는 어투의 옆집 할머니.

그렇게 나는 베이글 가게에서는 "Honey"가 되기도 하고, 카페 옆 자리 앉아 친구가 된 그녀에게는 "Princess"라고도 불리기도 한다.

그래서 내 이름은 허니, 미쓰, 코리아, 헤이, 유나.

또는 you and me, 너와 나.





왜 빵냄새는 언제 맡아도 그냥 지나칠수가 없는 걸까.
유니온스퀘어의 홀푸드마켓, 아 항상 신선한 먹거리가 가득하던 이곳.
뉴욕 공립 도서관, 여행중에 들르는 도서관은 서점보다 왠지 더 '여기에 녹아드는' 느낌이다.



그들이 날 저마다의 이름으로 부르듯 나 역시, 거리를 걸으며 나만의 눈길로 이 곳을 그려 넣는 중이다.

아침 8시면 항상 자전거를 타고 숙소 앞을 지나는 모자 쓴 아저씨가 있고 핫도그를 파는 청년은 매일 같은 노래를 틀어놓고 흥얼거리며 그 뒤로 커피는 맛이 없지만 오렌지주스가 맛있는 작은 카페(무려 커피전문점)가 있다.

무표정한 자전거 아저씨(아마도 친절하겠지만), 유쾌한 핫도그 청년(한 번도 그의 핫도그를 먹어본 적은 없지만), 아라비카 원두만을 사용한다는(커피보다 주스가 맛있는) 카페를 지나 오늘은 또 어떤 '곳'을 만나게 될까. 주의, 별표, 예외, 각주가 많은 '나만의 지도'에 어떤 장소가 생겨날까.



매일 보던 것을 만날수 있는 슈퍼, 그래서일까 한번만 가도 단골이 된 것 같은 기분


나는 그들의
일상에 도착한 여행자


내가 여행하는 것은 어쩌면 '이 장소'가 아닌 '그들의 날'.

그들에게 어떤 새로운 하루가 되고 기억해야 할 이름이 되는 것.


여행 중,

"당신은 어떤 이름으로 불리나요?"


평소와 다른 이름

낯설지만 꽤 괜찮은 이름

너의 애정이 담긴 이름

지금, 이 순간 내 이름


당신을 부르는 목소리는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도,

언제든 당신을 그 날, 그때로 데려올 것이기에.


오늘도 당신의 이름이 사랑스럽기를.

그래서 새로운 이름으로 만난 하루를 당신의 지도에 그려가기를.

부디, 당신의 여행과 그들의 인생에서 오래 기억되기를.



"Good luck, Beautiful!"


지금도 매일 아침, 같은 노래를 틀어놓고 있을까? 나도 외울뻔 했던 그 음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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