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앤나 Oct 17. 2016

기억을 파는 서점, 스트랜드북스토어

18.0003마일의 거리, 기억의 발자국을 찍고 오다.

삶은 모두 기억이다.
너무 빨리 지나가서 잡을 수 없는
현재의 한 순간을 제외하면.  
에릭캔들 Eric Richard Kandel (2000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

                                  

기억의 결합력이 없다면, 경험은 살아가는 동안 만나는 무수한 순간들만큼 많은 조각들로 산산이 부서질 것이다. 기억이 제공하는 정신적 시간 여행이 없다면, 우리는 우리의 개인사를 알지 못할 것이며, 우리 삶의 찬란한 이정표로 작용하는 기쁨의 순간들을 회상할 길이 없을 것이다. 우리가 우리인 것은 우리가 배우고 기억하는 것들 때문이다. (기억을 찾아서_2004. 에릭캔들)


오래된 이야기, 잊혀진 기억을 꺼내면.



세상의 모든 이야기 속에서
잊혀진 기억을 만나는
뉴욕 스트랜드북스토어


책장을 넘기 '어, 나도 이런 적 는데!' 외친 적,

어느샌가 고있던 경험이나 이루고 싶은 을 만난 적이 있나요?


어느 서점의 낡은 나무 바닥부터 천장 꼭대기까지 책이 쌓여있고,

18마일, 그러니까 35km 거리만큼 늘어뜨릴 수 있는 책들로 가득한 곳이 있다면,

그곳에 우리 이야기쯤 하나 있을지도.

기억을 파는 서점, 스트랜드 북스토어 StrandBookstore.




스트랜드북스토어, 뉴욕 맨해튼.



스트랜드 북스토어는 1927년에 문을 열었다.

1890년대에서 1960년대 사이 뉴욕 유니온스퀘어 근처에는 약 50여 개의 서점이 있었다고 한다. 영국의 유명한 출판 거리의 이름을 따와서 Book row라는 매력적인 이름을 가진 길거리에. 그 후 변화하는 콘텐츠나 온라인 서점들에 밀려 서점이 한 두 곳씩 사라지고 지금은 이 곳 스트랜드 북스토어만이 남아있다.

서점은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 총 4층으로 되어있고, 총 2천5백만 여권의 책들이 있다고 한다. 이 곳에서 일하는 직원 수만 해도 100명이 넘는다고 하니, 하루에도 얼마나 많은 책과 이야기들이 오갈지 상상으로만 가늠할 뿐이다.


단지 책뿐일까.

맨해튼 길거리에서 보이는 가장 흔한 에코백. 그들의 공통점은, 로고.

'Strandbookstore'

에코백, 볼펜, 텀블러, 책갈피, 머그컵. 맨해튼에서 가장 사랑받는 브랜드, 스트랜드 북스토어. 거리 곳곳에서 만나는 스트랜드 북스토어들 때문에 그곳이 더 궁금해졌다. 대체 어떤 곳이길래 이렇게나 사랑받고 있는 걸까.



맨해튼이 사랑하는 이름, 스트랜드북스토어.



세계에서 가장 큰 헌 책방이자 뉴욕에서 가장 많은 희귀본 컬렉션을 가지고 있는 곳.

18마일의 북스토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곳.

스트랜드 북스토어라는 브랜드로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는 곳.

무려 '책수레'에는 1달러짜리 책이 수북하게 쌓여있

사는 사람만큼 파는 사람들도 많아 줄을 서야 하고

책에는 추천하는 이유가 손글씨로 적혀있으며

층마다 다양한 이야기가 가득해서

계단을 오르내리게 만드는 여기는

스트랜드 북스토어, 우리 이야기를 남기고 싶어서.



상상했던것보다 훨씬 큰 스트랜드북스토어에 도착했다. 이 곳엔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이 있을까?
어떤 책을 펼쳐볼까. 그래서 어떤 날들을 떠올리게 될까.



스트랜드 북스토어에서는 살면서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것과 늘 하는 일이 하고 싶었다.

헌 책방에 책 팔기. 지금까지 책은 사기만 해왔지 팔았던 적은 없었는데, 이 곳에서는 (기부가 아닌) 책을 팔아보고 싶었다. 세계에서 가장 큰 헌책방, 나도 책을 한번 팔아볼까.


서점 내부로 들어가니 너무 넓어서 어디에서 책을 팔아야 하는지도 찾을 수가 없었다. 책을 정리하고 있던 직원에게 물어보니 길을 알려준다. 넓긴 넓구나. 책을 팔러 '길'을 찾아가야 하다니. 그렇게 책을 파는 곳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줄을 서있다. 대부분 박스째 책을 가져온 사람들이다. 책을 세 권밖에 들고 있지 않은 사람은 나뿐이었다. 조금 머쓱해졌지만 이내 괜찮아졌다. 원래 시작은 작아도 되는 거라고, 지금은 고작 '처음 하는 일'에 의미를 두면 되는 거니까.



헌 책방에 책팔기, 처음 해보는 일! 이 곳에서도 줄을 서야 한다.



세상에 비하면 작은 나.

작은 '나'에 비하면 큰 용기를 내보는 Poppy

매일이 궁금한 날들.

오늘 동네를 모험하기로 한 톰 소여의 모험

당신과 내가 사는 이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꿈을 이루는 것이라고 Me before You



드디어 내 차례, 별 것 아닌 순간이 왜 긴장이 되었던걸까.



가방은 가벼워졌고, 기억은 무거워졌다.

헌책방에 책을 판다는 것은 책이 필요하지 않아서 파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이와 공유하고 싶어서 전하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순간. 내겐 이미 충분한 기억이 되었으니 너에게도 새로운 기억이 되길 바라, 라는 마음일까. 0.000003 마일정도. 다 커버린 나의 한 뼘, 어린 나의 발 자국 정도 이야기를 늘린 순간. 그래서 어쩌면,  18.000003마일의 서점이 된 순간.





18마일의 서점에는
그 흔한,
우리 이야기도 있을까


스트랜드북스토어 Strandbookstore. 2016


만약, 내
뉴욕이라는 책을 펼치면


가장 예쁜 거리는 블리커 스트리트.

벽화가 예쁘고, 바람이 부는 소리가 아름다워

바람,을 담기 위해 카메라를 켠 유일한 곳이라고.


뉴욕 최고의 야경은 브루클린 브리지.

브루클린에서 맨해튼으로 다리 위를 건너며

하늘에 별이 뜨던 순간  땅에서 떠오르기 시작하는

맨해튼 도시의 을 잊을 수가 없어서.


그러나 너와 함께라면 루프탑 바를 가겠다고.

술을 마시지 못하는 나는 논알코올을 주문해서 취한 듯 아닌 듯 밤새도록 너와 얘기 나눌 거라고

네 뒤로 펼쳐진 비현실적인 공간에 둘러싸인 채로.


비가 오는 날엔 테이크아웃 전용 카페에 갈 거라고.

창가에 서서 오래도록 밖을 내다보며

뛰어들어오는 , 걸어가는, 우산을 쓰는 그들을 보며

어딘가에 있을 내 우산에 대하여 생각할 거라고.


외로움이 밀려올 땐 그랜드 터미널에 갈 거라고. 터미널이라기엔 지나치게 아름다워

도저히 떠날 수가 없는 곳에서 

떠나는, 도착한, 이별을 나누는, 만남을 이룬

사람들을 보며 널 오래도록 떠올릴 거라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2층 난간, 

햇볕이 가득하게 쏟아져내려

내 모습은 안 보일 그 자리에서.


활기를 느끼고 싶을 땐 워싱턴스퀘어 파크로 가서

분수대 속 짜릿하게 분출하는 젊음을 볼거라고 잔디밭엔 그림 같은 모습으로 악기를 연주하고 아치형 다리 밑엔 연인들이 키스를 하는 그곳으로


아직 적지 못한 무수한 뉴욕과

너와 나에 대해

적어 내려 간다면 몇 마일이나 될까.



Bookstore of 18miles.



그렇고 그런 흔한 이야기 중엔
우리 같은 이야기도 있을까.
결코 없을지도 몰라.


18마일의 서점.



스트랜드 북스토어에서 해보고 싶었던 것 하나 더, 선물 사기.

전혀 해보지 않았던 '헌 책 팔기'와 함께 내가 늘 해왔던, 좋아하는 일, 좋아하는 사람들을 떠올리며 그들에게 어울리는 선물을 사는 것. 스트랜드 북스토어는 앞서 말했듯 책 이외에도 Strandbookstore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제품들이 어마어마하게 많다. 여러 브랜드와 콜라보레이션으로 제품을 만들어내기도 하기에 가방, 머그컵, 엽서, 배지, 마그넷, 텀블러 등등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책을 좋아하는 친구에게 주고 싶은 엽서.


스트랜드 북스토어에서는, 메시지로 편지를 쓰고 싶었어.

이 곳에 있을 수많은 이야기, 문구, 메시지로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을.




엄마와 함께라면 어디든 집이 될 텐데,

내 인생에 좋은 선생님, 아버지라는 그대에게.

퇴근 후 맥주 한 캔을 사랑하는 오빠를 위한 엽서.

 

그리고 생각나는 사람들을 위한 작은 메시지들.


18마일의 북스토어,

그곳에 우리 이야기쯤 하나 있을까.

어릴 적 손이 닿지 않던 에 꽂혀 있던 책을, 

짝꿍이 읽고 있던 명작 시리즈들을 지나치거나,

낡은 책을 소개하는 문구가 그 날 네 글씨와 닮은,

바닥에 털썩 앉에 빠져있는 그녀가 읽고 있는,

수북한 책더미 사이를 조심스럽게 지나가다가 툭, 떨어뜨리는.

그 모든 책중에서 내가 마주치고야마는 기억들.


모든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18마일의 서점.

10년 후에는 20마일 즈음되기를 바라며

18.000003마일, 기억의 발자국을 남기다.

18.0003마일의 거리1, 기억의 발자국을 찍고 오다



와, 한국어판과 같은 표지다. 어릴적 집에 있던 책.


안녕, 스트랜드북스토어. 오래도록 Book row에서 남아주기를.
와, 돈벌었다. 아주 작지만 뉴욕에서 번 돈. 서점에서 산 기억.




스트랜드 북스토어 Strand Bookstore

주소: 828 Broadway, New York, NY 10003

영업시간: 월요일~토요일 오전 9:30~오후 10:30 / 일요일 오전 11:00~오후 10:30

연락처: +1 212-473-1452


Tip) 스트랜드 북스토어는 1층에는 사람이 무척 많습니다. 가장 대중적인 세계 문학이나 드라마, 역사, 뉴욕, 영화를 다룬 책들이 많아서 그러하고 다른 층에는 이만큼 복잡하지는 않아요. 지하에는 경제나 경영, 외국어, 심리, 의학, 철학 등의 코너가 있고 2층은 예술이나 사진, 패션, 아동, 건축 서적이 있습니다. 3층은 특별히 이벤트 장소나 공간 대여도 된다고 해요 :) 그러니 1층을 둘러보시고 지하나 2층으로 옮기셔서 구경하시면 훨씬 머무르시기 좋으실 듯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걸크러쉬를 느껴봐, 뉴욕 브로드웨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