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마주친 순간이 평생 꺼내어 보고 싶은 추억이 되기를, 당신에게도.
여행자란 꼭 현실에 살고있는 사람 같지가 않다.
정해진 시간이 지나면 펑 하고 사라져 버린다거나,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투명인간이라거나.
서점 직원의 "다음 주는 30퍼센트 할인기간이야." 하는 말에는 미소만 지어주었고,
도보 위 담벼락에 붙어있던 다음달 플리마켓을 알리는 포스터는
이 곳이 꼭 나와는 다른 차원의 장소라는 느낌을 갖게 한다.
같은 공간, 그러나 어제나 오늘로 연결되지 않는 아득히 다른 시간.
해질 녘 어느 브리지 끝에서 만난 화가는 한 시간 후면 떠날수도 있고
갈림길에 있어 기억하기 쉬웠던 아이스크림가게는 스타벅스로 바뀔지도 모른다.
작은 마당에서 열렸던 생일파티는 느리게나마 희미해질 것이다.
지나가다 멈추어서 구경하던 여행자에게 케이크를 건넨 꼬마의 기억속에서 마저도.
괴테는 말했다. 영원히 변치 않는 장소를 동경한다고.
그러나 나는, 숨쉬고 있는 모든 순간에 만난 그 장소를 갈망한다.
아무도 기억하지 않지만, 내겐 기억의 전부가 된
바람이 부는 소리가 유난히 아름다웠던 낯선 길과
문득 들려오던 자전거 소리 그리고 마주친 당신까지도.
어느 아무렇지 않은 날에 여행자를 마주친다면
아주 느리게 흐르고 있는 그의 시간을 발견한다면
평생 꺼내어볼 한 기억속에 초대 받게 된다면,
서툴고 어설픈 그에게 미소를 보내주기를.
당신의 미소는 그 날과 비슷한 햇빛과 온도
그리고 다시 돌아오는 계절에
몇 번이고 피어날 아름다운 기억이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