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메롱 Jul 30. 2021

N번째 소개팅의 기억

하루하나 글쓰기 챌린지 30일, 열두 번째 날


 번째 소개팅이었을까, 지나온 소개팅에서 체득한 것은 사람은 만나봐야 다는 .

그러니 누군가 소개팅을 주선해 주면 나이나 생김새가 어떻든 간에 "일단 만나볼게."라고 말했다. 언제 어디서 인연이 찾아올지 모른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날의 소개팅 상대는 키가 180cm 정도 되고, 00 회사로 이직한  얼마 되지 않았다고 했다. 나이는 나보다  살이 많다는 이야기 정도만 들었다.

소개팅 주선자는 "잘 됐으면 좋겠다!"며 미리 얼굴에 홍조를 띠었다.  


연락처를 넘겨받은 그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생각해보니 연락처를 넘긴 지 약 하루 이틀 뒤였던 것 같다.

바쁘겠거니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려 했지만 한 구석에서는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도 조금 들었다. 메시지 하나 남길 시간이 없었을까.

시시콜콜한 대화들은 건너뛴  '안녕하세요'부터 시작해 '그럼 토요일, 그곳에서 만나요!'에서 메시지가 마무리되었다. 어떠한 설렘도, 기대감도 없이 약속을 잡은 순간부터  자리에 별로 나가고 싶지 않아 졌지만 "그래도  사람이  인연일  있잖아." 하며 시간을 투자해보기로 했다.


이보다 조금  이전, 소개팅에 열정을 다할 즈음에는 첫 번째 만남 직전까지 연락을 주고받으며 

어디에 사냐, 어떤 일을 하냐, 취미가 뭐냐  묻고 답하며 사전에 괜한 설렘을 느꼈더랬다.

그렇게 비장하게 나간 소개팅 장소에서 기대와는 다른 감정을 느낀  돌아온 경험이 쌓이자 소개팅  연락이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지금  남자에게서도 나와 비슷한 사유의 무미건조함이 느껴졌다. 그래서 이번 소개팅은 부담이 없어 깔끔하다생각했다.


결론적으로, 와의 만남은 처음부터 끝까지  깔끔했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다는 말 외에 달리 표현할 말 없이 소개팅을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이번에 사람이 별로인 건 아니었는데, 이상한 사람은 아니었는데...

자기 일 열심히 하고, 외모도 나쁘지 않고, 스타일도 괜찮았는데....

우리는 왜 사람 좋은 웃음으로 마무리 짓고 왔던 길을 털레털레 되돌아가야 했을까?






혼자인 기간이 오래될수록 노력하지 않아도 그대로를 사랑스럽게 바라봐 주는 사람이 나타나길 바랬던 것 같다.

굳이 눈웃음을 만들어 내거나, '여성스럽다'라고 일컬어지는 특징을 만들어내며 상대에게 매력적 이어 보이도록 하는 행동들이 어느 순간 지겨워지고 있던 참이었다.


모든   지겹고 지쳤던  N  소개팅은  것의 생각을 그대로 얘기했던 자리였다.

비판적이고, 어두운 생각도 슴없이 이야기했고,  진지한 주제의 이야기도 아무렇지 않게 했던  같다.

생각해 보면 서로가 모르는  남녀가 만나는 자리라 노력 없이는 매력을 느끼기가 어려운  당연한 건데 나처럼 똑같이 쳐 보이는 상대도 같은 태도였다는 게 문제였다.

그와 나는 그냥 여유롭게 이야기를 나누고 커피를 마셨다. 전시도 각자 집중해서 봤다. 마치 일적으로 만나 인터뷰하는 사이 같았다. 궁금하진 않지만 일이니까 질문을 만들어냈던 것처럼 말이다.


서로의 외모 취향이  맞았을 수도 있고, 옷차림이나 대화 패턴, 말투가 마음에  들었을 수도 있지만

그날의 소개팅이 실패했던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처음부터 가지고 있던 인위적인 만남에 대한 회의감이 아니었을까?

두 남녀의 3시간은 그렇게 허무하게 마무리되었지만

'나쁘진 않은 대화였어.' 위로하고 이렇게 글감 소재로라도 삼아 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식물을 기르는 것은 아이를 기르는 것과 같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