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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롱 Jul 29. 2021

식물을 기르는 것은 아이를 기르는 것과 같을까?

하루하나 글쓰기 챌린지 30일, 열한 번째 날


나의  식물, 유칼립투스 폴리안


내가 식물 친구를 들였다고 하니 반응은 하나같이 똑같았다. "죽이지나 마라ㅋㅋ"

덜렁 이기도하고 멀티가 안 되는 스타일이라 식물에게 물 주는 날짜도 까먹지 않을까 하는 게 지인들의 입장이다.

주변의 모든 우려를 뒤로 하고 6월 생일에 무엇을 받고 싶냐는 친구의 질문에 "나 식물 받고 싶어." 했다.

친구들끼리 관례처럼 서로 3~5만 원 사이의 선물을 주고받는데, 식물은 내가 생각해도 의외의 대답이었다.


원래는 가지고 싶었던 액세서리나 옷가지, 유행하는 아이템이지만 구매하지 못하고 있던 사치품(?)들이 선물의 주요 품목이었다.

그러니 반전일 수밖에...

식물을 가지고 싶었던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째, 요즘 유행하는 플랜테리어라는 것이 감성을 자극했다. 공간에 식물이 있으니 내가 원하는 분위기가 났다.

둘째, 나 외에 다른 것을 케어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앞, 뒤, 옆 다 가리고 나 혼자한테만 관심이 있다가는 독불장군이 될 것만 같았다.


식물을 기르는 것은 많은 정성이 든다고 했다. 더군다나 나는 전혀 지식이 없었다.

엄밀히 말하면 가족과 함께 사는 내 집에 엄마가 기르는 화초들이 있지만, 한 번도 관심을 준 적도 없고 그들의 이름은 아직까지도 모른다.

차차 알아가야겠지만, 역시 관심 둘 것이 많아지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

오늘의 집을 둘러보다 오로지 나만의 식물이 되어 줄 친구를 골랐다. 마음에 쏙 드는 외형을 가진 아이였다.

'유칼립투스 폴리안', 바람에도 강하고 햇빛을 많이 쐬어 주면 좋다고 하여 선택했다.

내가 아이를 놓을 곳은 창문 안 쪽에 마련된 작은 베란다 비슷한 공간이기 때문이었다.



아이를 기르는 기분이 이런 걸까?

우리 애에요, 이쁘죠?



물론 아이처럼 일분일초 붙어 있어야 할 필요는 없지만, 한 달이 지난 지금, 식물에는 정성이 많이 필요하다는 말에 공감이 되었다.


아침에 일어나 아이의 상태를 살피곤 물을 줄 때가 되었는지 손가락을 두 마디 정도 넣어 봐야 한다.

아직 수분감이 있으면 오늘은 건너뛰고, 바짝 말라 있으면 거실 베란다로 이동시켜 호스로 물을 듬뿍 주어야 한다.


근래 아이의 잎이 노랗게 변하고 말라서 떨어지는데 말을 할 줄 모르니 영문은 알 수가 없고,

지식인을 뒤져 가며 보살필 방법을 찾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게 답답했다.

이러다가 다른 잎들도 노래지고 못나지면 어떡하지, 다 말라죽어버리면 어떡하지, 마음이 전전긍긍하여 좋다는 것은 다 해먹여야 할 것만 같다.

그리고 또 걱정은 키가 벌써 쑥쑥 자라 지지대 길이가 부족해졌다.

몸이 구부정하게 휘며 자라서 얼른 몸에 맞는 지지대를 구해다가 설치해 주고 가지치기도 해줘야 한단다. 비뚤어지고 엇나가지 않도록.


한참을 서핑했는데 뭔가 원하는 완벽한 자료가 나오지 않아 답답할 때 쯔음, 집에 오면서 남자 친구와 통화를 했다.

"오빠, 유칼립투스 폴리안이 가지치기를 해 줘야 한다는데 도대체 왜 해 줘야 되는지랑, 얘가 얼마나 자라고 어떻게 자라는 게 잘 자라는 건지 상세히 알 수 있는 곳이 없어. 나는 진짜 아예 지식이 없으니까 이러다가 얘가 잘못될까 봐 겁이 나는데 정말 모르겠어."


그렇게 얘기하는 순간 든 생각, 부모가 된다는 것은 이와 비슷한 마음과 감정일까?

보살피는 감정과 책임감. 이것은 뭔가 두려우면서도 따스한 마음이었다. 문득 집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는 내 식물이 보고 싶어 져 발걸음을 빨리 했다.

내일은 화훼 마트에 가서 아이에게 줄 새 화분도 보고, 육아 전문가에게 이것저것 직접 상담을 해야지 직성이 풀릴 것 같다. 아, 그리고 조만간 이름도 지어 줘야지.

조금만 기다려! 엄마가 잘 크도록 도와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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