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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롱 Jul 27. 2021

때로는 버스 기사님이 내 하루를 만들지

하루하나 글쓰기 챌린지 30일, 여덟째 날



버스로 이동하는 것을 좋아하여 하루에 적게는  , 많게는 여섯  까지도 매번 다른 버스를 탄다.

동시에 매번 다른 기사님들을 만나게 되고, 어떤 기사님을 만나느냐에 따라 하루가 달라지기도 한다.


오늘 있었던 일이다.

집에 가는 버스를 기다리다가 확실하진 않지만 왠지 자주  듯한 번호의 버스가 정류장에 섰다.

나는  버스가 우리 집으로 가는 번호가 맞는지 아리송했고, 노선을 살필 여유는 없어 기사님께 물었다.


"이 버스, 000 가나요?"

기사님은 잔뜩 짜증이 담긴 얼굴로 "예? 어디요?" 했다.

"000요!"

나를 흘끗 보고는 "안 가요." 하는 동시에 거의 자동 반사라고 느낄 만큼 황급히 문이 닫혔다.


기사님은 무엇이 그리 짜증 난 상태였을까?

수많은 사람을 상대하다 보면 괜히 사람이 미워지고  보기 싫어지기도 한다.

나도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사람에 질린 경험이 있어서  기분이 이해는 가지만..

오르지도 않은 버스에 문전박대를 당한 것은 찝찝한 기분을 안겨 줬다.


이와는 반대로, 어떤 기사님들은 종종 손님들은 모른   지나치는데도

" 어서 오세요~" "안녕히 가세요~" 외치며 손님을 반갑게 맞고, 내려 보낸다.

이런 기사님들께는 나도 으레 큰 소리로 "감사합니다!" 를외치며 인사에 자동으로 보답하게 되었다.

하루 종일 사람을 상대하며 짜증이 많이 났을 법도 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고 가는 이들을 보며 웃고 인사해 주는 것은 아주  배려라고 생각한다.

내가 던진  마디, 행동 하나가 다른 사람의 하루를 바꿔놓을  있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어떻든 간에 절대 다른 사람에게 함부로   없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웃는 얼굴로 오고 가는 손님을 대할  있는 비결은 특별히 기사님께서 선량하기 때문은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확신할  있는 것은, 그들이 하루의 시작에서  "오늘 나는 웃는 얼굴로 하루를 보내리라."

혹은 "오고 가는 사람들이  덕분에 잠시라도 행복한 하루를 느낄  있도록 하자." 같은 메시지를 되뇌었을 거라는 사실이다.

그런 과정 없이, 죽상으로 하루를 그냥저냥 시작한다면 자연스레 힘든 상황 앞에서 짜증과 무기력함이 먼저 고개를 내밀었을 것이다.


오늘 일을 계기로, 나의 사소한 감정이 다른 사람의 하루에  좋은 영향이 끼치지 않도록 해야겠다고 또다시 다짐한다. 그리고 잊지 않도록 매일  주문처럼 되뇌어야지,

  사는 인생, 다른 이들과 둥글게 둥글게 어울려 조화롭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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