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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롱 Nov 24. 2019

뭐든 혼자 잘 하는 게 대단한 것이라도 되는 듯.



언젠가부터 혼자 이것 저것 잘 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주말이면 혼자 어슬렁대며 나와 짧은 산책을 하고 카페 구석에 앉아 글을 쓰거나 못다한 일을 했고, 약속이 없는 날 영화가 보고 싶으면 혼자라도 가까운 영화관을 찾았다. 백화점도 혼자, 여행도 혼자, 운동도 혼자. 밥도 혼자. 서점도 혼자. 단 한가지, 혼술만은 영 당기지가 않아 해본 적 없다.


그러나 사실은, 혼자 무언갈 잘 하긴 해도 익숙해지지는 않는다. 영화를 보고 나올 때의 기분은 어색하고 고요하며 쇼핑을 해도 오랜 시간 지속하지 못한다.


혼자 있으면 침착해지고, 말보다 생각이 먼저기 때문에 실수할 일도 적다. 나를 더 이해하는 시간을 만들어 갈 수 있다. 누군가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아무래도 나는, 누군가와 함께일 때 더 생기 넘치는 사람이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함께하는 편이 좋은 것 같다.


요즘은 '혼자 밥도 먹고, 영화도 보고 잘 돌아다닌다'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멋지다'고 하는데 이유는 모르겠지만 누군가와 함께하는 삶보다 혼자 척척 잘 해나가는 삶이 쿨하게 느껴져서 일까.


그래서 일단 나도 잘 하는 척을 한다. 혼자 있는 시간들이 끔찍하지 않을 뿐, 엄청나게 좋지도 않다. 사람과 함께일 때가 더욱 즐겁다. 카카오톡 친구에서 연락할 누군가를 찾고, 나의 시간을 공유하고 싶어하는 외로운 사람인데도 혼자 있는 시간을 누구보다 즐기는 척 한다.


누군가가 "난 혼자 영화는 못 보겠어."하면 자랑스럽게 "왜 ? 나는 혼자 영화 보는 거 상관 없던데."라고 '자랑스레' 말한다. 혼자의 시간을 잘 이겨내지 못하면 왠지 나약한 사람으로 보일까봐서, 외로워 사람을 좇는 나의 단면을 누군가가 들여다보는 것이 싫어서.


오늘도 카카오톡 친구 목록을 뒤적이다 결국 홀로 커피를 마시러 나왔다. 누군가에게 혹 연락이 와서 술 한잔 하자고 하지 않을까, 우연히 누군갈 마주쳐 재미있는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 기대하며 화장도 하고 추리닝 대신 치마를 입었다. 그리고 터벅 터벅 다시 집으로 돌아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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