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몰라서 슬럼프에 갇혔다.
평소에 단순한 것만 같은 나의 뇌구조는 위기가 닥치면 얽히고 설키기 시작한다.
편안함을 위해 문제를 쌓아두고 미뤄왔던 탓에 더 패닉 상태에 갇힌다.
대부분 내가 회피하는 문제는 결국 본질적인 것이다. 당창 해야 하는 일들 뒤에 숨은 나의 진심.
매우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인 지금, 저 깊숙히 숨겨 왔던 문제를 드디어 들춰 본다.
"너 뭐 하고 싶은 사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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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진짜 모르겠다.
지나온 나의 선택들은 당연히 각자 합당한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돌이켜보니, 대부분은 급한 와중 결정되고 실행한 것들이 많았다. 미리 대비하지 않고 전략적이지 못해 쌓인 상처들이 매번 터지고, 나는 그 일을 수습하는 다음 스텝을 밟았다. 본질을 고려하지 못했던 결정들.
단단한 기준을 가진 사람이 되지 못했기에 열심히 달려온 지금, 중요한 시기를 앞두고 지쳐 버렸다.
지금 하는 일을, 혹은 가려고 하는 길을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맞나?
진짜 하고 싶은 건 맞나?
아니라면, 다른 방안은 있나?
꼭 이 길만이 나의 이상을 만족시켜 줄 것인가?
이상이 능력 대비 너무 높은 것은 아닐까?
전부 '나'에 대한 고민이지만, 현재 진행 중인 일들 또한 결국 이 문제들에 스스로 답을 내릴 수 있어야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니면 예전처럼 남들에게 휘둘리거나 순간적인 감정에 따라 결정을 내릴 테니까. 지금 이 질문들을 스스로 하나씩 해보니, 대답은 커녕 패기도 사라졌다. 사업 초창기 때처럼 "나라고 왜 못해! 다 할 수 있어!"라며 큰 소리 뻥뻥 칠 수가 없다.
이번 2022년의 목표 중 하나는 "나를 설명할 한 줄 찾기"였다. 이 한 줄은 무슨 일을 하든 늘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필요성을 누구보다 절실히 느끼면서 만들어 내지 못하는 나에게 실망이 크다. 한 줄은 커녕, 위의 질문들 중 단 하나도 제대로 대답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사업은 위기를 맞았고, 동시에 나도 위기를 맞았다. 다음 스텝을 빠르게 고민해야 하는데 도대체 내가 뭘 하고 싶은 사람인지를 모르겠으니, 앞이 깜깜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