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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로 Sep 06. 2022

강릉 여름바다는 공짜야!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나희도 처럼...


이 여름은 공짜야! 우리가 사자!




"여름을 사자고?"


"응! 우리가 이 여름의 주인이 되는 거야."


"그럼 적어도 이 여름은, 우리 거잖아."

출처 : tvn 스물다섯,스물하나


청춘, 여름...


이 두 단어가 너무나도 잘 어울렸던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아직 뜨거운 여름이 시작되기 전 살랑살랑 부는 봄바람을 타고 내 맘속으로 들어와 올여름을 더욱 기대하게 했다.


드라마 배경은 1990년대 후반, 나 역시 그때 그 시절 떠오르는 추억 하나가 있다.


1999년 12월...

대학시절 2학기 기말고사가 끝난 날, 내일부터 시작되는 겨울방학을 제대로 즐겨야지 하는 가벼운 맘으로 중학교 동창 친구를 카페에서 만났다.


그 친구의 사촌 오빠도 우연히 같이 만나게 되었는데, 나보다 네 살 많았다.


친구가 화장실을 간 사이, 우리 둘만 남게 되었다.


공통의 주제는 그나마 내 친구와 관련된 것뿐.

친구하고의 중학교 시절 얘기를 좀 나눴던 것 같다.


공통된 대화 소재는 딱히 없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나의 고1 여름 어느 날, 우리는 서울이 아닌 동해 바다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있었다는 사실을 들었다.


고1 여름 방학, 강원도 양양 남애 해변에 있는 그 친구의 친척 집에 친구들과 놀러 갔던 적이 있다.

3박 4일 동안 해수욕장에서 살다시피 한 우리는 그 시절 순수한 아이들처럼 시골집의 여름을 즐겼다.


여름 방학 동안 사촌 동생 과외도 하고, 횟집을 운영하는 친척집 일도 도와줄 겸 그 오빠도 그곳에 와 있었다고 했다. 나 또한 친구의 사촌오빠가 와 있다는 얘긴 들었지만, 그때 당시에는 인사조차도 나누지 않았었다.


같이 모여 논 것이 아닌데도, 내 친구들의 모습과 친구 중 한 명이 슬리퍼를 잃어버렸었던 에피소드까지, 그리고 똑 단발을 하고 놀러 갔었던 깡말랐던 나의 모습까지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사실, 그 카페에서 본건 처음이 아닌 두 번째 만남였다.



우리랑 좀 비슷한데?



처음인 듯 아닌 듯 1999년 카페에서 만난 이후 그 오빠와는 제, 매일 보는 사이가 되었다.

그 오빠 바로 나의 남편이기에...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 속 해변 에피소드를 보고, '우리랑 좀 비슷한데?'라고 괜히 혼자 끼어 맞춰 생각하기도 했다.


고등학생들 틈에 섞이지는 않았지만 네 살 많은 대학생 오빠가 그곳에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드라마 속 해변의 모습과 비슷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올여름을 기다렸다.


출처 : tvn 스물다섯,스물하나




강릉, 뜨거웠던 여름날의 기록



뜨거운 여름을 상징하듯 빨간 파라솔이 자리한 등명해변으로 갔다.

강릉 등명해변
기찻길 해변으로 유명한 강릉 등명해변


드라마 속 여주인공 '나희도'의 대사처럼 나도 강릉의 여름 바다를 샀다.


공짜로 샀다는 표현이 진짜 맞다.


이번 여름 이곳 강릉 바다에서 조개를 아이스박스에 한가득 담을 정도로 많이 잡았기 때문이다.

등명해변에서 잡은 비단조개


어린 시절, 강릉 할머니 댁과 친척집에서 줄곧 여름을 보냈던 자칭 이 지역 전문가 남편은 예전에는 동해안에서도 조개를 엄청 잡았다고 한다.


나 역시 동해안에서 여름을 보낸 적이 많았지만, 모래사장 쪽으로 고작 한 두 개 밀려오는 조개만 보았을 뿐, 서해안 갯벌에서나 잡을 법한 이 정도의 양을 잡은 적이 없다.


블로그나 지역 카페에서도 강원도에서 비단 조개를 많이 잡았다는 목격담이 줄을 이었다.

올해는 특히나 그랬다.


코로나로 작년, 재작년엔 강릉 해변을 찾은 피서객들이 많지 않아서였을까.

그간 사람들의 손이 닿지 않았던 조개들은 바다에서 개체수를 늘린 거였을까.


그래도 좋았던 건, 올여름엔 그동안 그리웠던 자유의 몸으로 마스크를 벗어 버리고 여름바다를 즐겼다는 것.


사람들이 강릉을 많이 찾았고,

나 또한 지인들과 강릉에서 좋은 시간을 보냈다.


주변에 보이는 모든 자연이 온통 이쁘고, 그 자연을 자꾸 사진으로 찍게 되고, 찍은 사진들을 계속 보고 싶고, 왠지 모를 위로를 받는 것 같고...


그런 강릉살이를 하고 있다.


이 여름을 보내기 싫은 맘이 가득할 정도로...



뜨거운 2022년의 강릉 여름도
이젠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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