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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로 Sep 05. 2022

콜드플레이와 BTS를 만난 강릉 덕후


"자기야. 김남준... 이름 들으니까 어딘가 익숙하지 않아?"


"어. 가운데 '남(南)'자가 들어가네... 혹시 강릉 김 씨(江陵金氏) 아닌가?"


어느 날 문득, BTS의 리더 RM의 본명을 들은 순간 꽤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김 씨 하면 김해 김 씨(金海金氏)를 떠올리는데, 강릉 김 씨를 알게 된 건 내 남편을 만나서부터였다.


가운데 '남(南)'자 돌림은 우리한테는 아버님과 같은 항렬.


"맞네, 맞아~ RM 강릉 김씨네... 우리한테 뻘이네.."


대한민국에 김 씨 성을 가진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아 특이할 일도 아니지만, 특히 강릉 김 씨는 주변에 많지 않기 때문에 만나면 괜히 아는 사람처럼 반가운 맘이 드는 건 사실.


그 이후 BTS를 떠올리면 왠지 모를 친근함이 혼자 느껴졌다.

우리 삼촌이네~ 하면서...



강릉집에 너무 가고 싶은 이유,
소장한 BTS를 만나는 공간



콜드플레이(Coldplay)와 BTS가 함께한 "My uniberse" 노래가 실린 'Music of the Spheres' LP를 샀다.


우주를 테마로 한 콘셉트 음반인 Music of the Spheres는 9개의 행성, 3개의 자연 위성, 별과 성운을 담은 가상의 행성계 《The Spheres》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고 한다.

BTS와 함께한 콜드플레이 LP

그중 눈에 띄는 가사 있다.


"자, 어서 내 손을 잡

너는 내 별이자 나의 우주니까."


영국 밴드 "콜드플레이" 음반에 한국어가 보이다니... 

한국 사람이라면 벅찬 감정이 드는 건 비슷할 듯하다.


유튜브나 각종 음원 사이트에서는 그 어떤 음악이라도 휴대폰만 있으면 찾아 듣는 건 너무나도 쉽다.


내 맘대로 플레이리스트를 선정할 수 있고,

반복 듣기로 원하는 한 노래만 들어도 되 얼마나 편한가.




그런데, 굳이 비싼 돈 들여가며 LP를 왜 사는 걸까.


소중하게 하나하나 포장지를 뜯으면서

앨범 재킷이 구겨지지 않을까,

LP에 지문이 묻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면 턴테이블에 올리는 과정

그리고 스피커로 울려 퍼지는 음악을 듣는 기분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이런 아날로그적인 방식이 너무나도 좋다.

무엇보다 이 음악이 내 소유가 된 것 같은 느낌 때문이다.


음원사이트를 이용해서 음악을 듣고 있긴 하지만, 아티스트 앨범이 내 소유 같은 느낌은 전혀 안 들거든.


내가 좋아하는 공간에서는
좋은 느낌이 더욱 배가 된다.


바이닐을 하나씩 사모으는 재미도 있지만, 내가 더 재미를 느끼는 이유는 아마도 좋아하는 에서 듣 때문일 듯싶다.


지난해 강릉집에 놀러 왔던 친구가 턴테이블을 보더니 남편 선물로 사준다며 그 자리에서 주문을 했다.


그 후, 친구는 똑같은 턴테이블인데도, 서울 집에서 들으니 그 느낌이 안 난다고 했었다.


그날 그 공간에서의 온도, 분위기와 음악이 어우러져서 그런 듯하다.


여행 와서 맛있는 음식과 술 한잔이 들어갔으니  릴랙스 되는 기분이 들었을 테고,

살림살이 많지 않은 깔끔히 정돈된 공간, 마치 별장 같은 곳에서 듣는 그 느낌이 좋았을 테고...


뭐, 그래서이지 않았을까.


마음이 편해진 상태여야 사소한 것에감동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럼, 내 마음이 편해지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내가 좋아하는 것, 마음이 편해지는 무언가를 찾아서 나열한다면 아래처럼 각자 다양하게 나올 것이다.


운동하거나 음악 듣기

넷플릭스 드라마 보기

와인 마시기

여행 하기


뭐든 좋아하는 것에 덕후가 된다는 것은 그만큼 삶에 대한 열정이 있다는 것.


나에게 있어 삶에 대한 열정을 불러일으키게 해 준 것은, 주말마다 440km 거리를 왕복하게 해 준 것은 바로 강릉이라는 안식처 때문이다.


여행 다니는 것을 좋아해서 기회만 되면 해외든 국내든 여러 곳을 다니려 노력했었다.


누구보다 여행을 준비하던 그 순간은 너무 행복했고, 비행기 타기 전 설렘을 잊을 수가 없어서 여행에서 돌아오면서부터 다음엔 어딜가지?라고 알아보던 순간이 많았다.


아쉽게도 코로나로 인해 비행기 타던 설렘은 음처럼 이어갈 수 없었다.

대신 여기 강릉이 나를 맞이해준 덕분에 이렇게 생각지도 않은 또 다른 삶을 이어가 있는 건 매번 생각해도 신기할 뿐이다.


서울로 올라가는 길, 붉은 해가 넘어간다.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라는 듯이

붉은 카펫을 고속도로 위에 깔아주었다.


성 놀이할 틈도 없이 잠시 후 해는 넘어갔다.


그 사이 어둑해져 가로등에 불이 켜진다.

여주인공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건 잠시고

또 사람들에게 잊혀 가는 것도 슬프지만 당연한 일.


언젠가는 나도 감성 놀이하며, 혼자 신났다고 사진 찍고 손님을 초대하며 강릉에서 즐겁게 보내는 것도 붉은 노을이 사라질 잠깐처럼 아주 짧을 수 있다.



아주 짧지만, 

길게 여운이 남을 어떤 한 지점을 만들기 위해


오늘도 강릉 덕후질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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