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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로 Sep 02. 2022

200km쯤은 별거 아냐

시도했지만 더 시도하고 싶은 강릉 주말 살이


일단 부딪혀봐... 나에겐 새로운 시도.


멈추려 하지 마

분명 날아오를 기회가 와


답은 조금 미룬 채

지금은 조금 더 부딪혀봐


...

2021 월간 윤종신 10월호 Slow starter 중에서.


파도가 치던 강문해변


가수 윤종신의 Slow starter라는 노래 가사 중 일부다.


가수 윤종신은 이 노래에 대해서 유튜브에 이런 설명을 달았다.


" 일단 시작하는 사람은 결과에 상관없이 일단 부딪쳐 보는 사람이고 끊임없이 발전하려는 사람이거든요.  나이는 많지만 아직 발현하지 못한 것도 보여주지 못한 것도 많다고 생각하고, 계속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거든요. "


이 두 문장, 왜 이렇게 내 맘에 딱 와닿을까.


월간 윤종신이 발매될 때마다 끊임없이 도전하는 모습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러한 생각이 계속 음악을 만들게 끔 하는 원동력이었나 보다.


한강을 건너 강릉으로 가는 길

나 역시 뭔지는 모르겠지만, 계속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요즘 많이 든다.


시도라고 하니 대단한 것 같다.

생각의 생각의 꼬리를 물어, 나의 꼬리에 밟힌 무언가가 있으면 그냥 해보는 것. 그냥 그거다.

테라로사 커피공장 강릉 본점


"주말에 강릉 다녀오셨어요?"


"요즘도 매주 강릉가?"


서울과 강릉을 오가는 나의 일상이 자연스럽게 주변인들의 안부 인사 서두를 열어주었다.


강릉을 찾아온 가족과 친구들에게 굳이 유명 관광지를 보여주지 않았음에도, 그들은 강릉집에서도 충분히 힐링이 되는 것만 같았다.


이곳에서 느끼는 그 무언가를 하나하나 설명하지 않아도 잠시만 같이 있으면 느껴지는 것.

꼭 정의하지 않아도 누군가에게는 이러한 주말 일상들이 여러 자극이 되는 것을 보고 있다 보니, 내가 살고 있는 라이프 스타일을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대도 안 했는데 누군가는 사진 하나에, 또 누군가는 글 하나에 힐링이 되었다는 한마디가 나를 움직이게 만들고 있으니까.



쓸데 있지만 쓰고 싶지 않은 정보 홍수 속에서


자극적이고, 피곤하고, 또 괜히 이유 없이 들여다보는 그런 이야기 말고,


좀 더 편안하게 나눌 수 있는 그런 이야기



서울에서 나고 자라 도시를 떠나본 적 없는 내가 그나마 도시의 편리함이 있으면서도 시골의 분위기를 동시에 느끼기에 강릉 만한 곳은 없다 생각했다.


가장 큰 이유는 서울에서 오가기 편한 KTX 강릉역이 있다는 것.


아직까지 나 역시 도시의 편리함을 버릴 수는 없다.

어떻게 보면 그것 또한 고정관념이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강릉집에서도 서울에서 지낼 때와 똑같이 배달의 민족으로 손만 까딱해서 집 앞에 맛 좋은 음식들을 대령하고, SNS에 올릴만한 신상 카페 투어 나서기에 바쁘다.


여기가 서울인지 강릉인지 뭐 막상 지내보면 불편함은 차이가 없다는 뜻이다.

배달의민족에서 주문한 물회
바다 전망 카페


고층건물이 없어 자연 풍경이 눈에 더 잘 들어온다는 것.

동네를 걸어 다녀도 사람 한 명 마주치기 쉽지 않다는 것.

밤이 되면 네온사인 없는 가로등 빛이 유일한 빛이라는 것.

창문을 열면 풀벌레 소리가 들린다는 것.

주변에 소나무가 많다는 것.


무엇보다

미세먼지 없는 맑은 하늘을 수시로 볼 수 있다는 것.


생각나는 것은 그 정도다.

막상 지내보면 대도시와 달리 불편할 것이 그다지 없다는 말이다.


도시에 대한 미련은 내가 만들어낸 것이며, 그 미련은 새롭게 시작하길 두려워하는 내 안의 방패막 같은 것이었다.

강릉 테라로사 커피공장 본점



Step by step으로 천천히



사실, 내가 원하는 세컨드 하우스는 도심 주택가에 집들이 모여 있는 이곳은 아니다.


'내 생애 마지막엔 여기다!, 퇴직하면 여기로 가야지, 노후엔 여기지!'

이런 접근보다는, Step by step으로 생각하는 것이 무엇을 결정하는 데 있어 빠른 방법인 것 같다.


나중에는 '동'으로 분류되지 않는 읍, 면 정도 위치에, 강릉 시내와는 조금 거리가 떨어진 곳,

텃밭을 가꿀 수 있는 공간과 넓은 마당,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연기를 피워가며 가마솥 요리를 할 수 있는 그런 공간으로 갈 생각이다.


처음부터 그런 곳은 대중교통으로 서울을 오가기에 당연히 불편한 곳일 수 있고, 아무래도 도심의 편리함을 벗어나서 생활하기엔 아직은 익숙하지 않기도 하고, 밤이면 캄캄해진 외딴집에서 지내기엔 약간의 무서움도 있을 수 있기에...


내가 원하는 많은 조건을 다 충족시키려면 진행이 늦는다.

그 조건을 다 충족시킨다면, 언제 내가 주말 강릉 살이를 실행할 수 있겠는가.


내가 원하는 5가지 정도의 요건이 있다면 그중 2,3개 정도만 일단 충족되는 곳.

그리고, 나머지 2개 정도는 나중에 충족시키면 된다는 맘으로 그렇게 결정했다.


기와에 반해 얻게 된 강릉집



그렇게, 강릉 살이는 시작되었다.


세컨 하우스 열풍이긴 하다.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해볼까.'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유행이란 건 현대인들의 워너비를 반영한 것이고, 세대가 바뀔수록 삶의 가치관, 라이프 스타일이 점점 달라지고 있는 것이니까.


1년에 한두 번이 아닌, 주말마다 바다를 볼 수 있다는 로망으로 시작해서(사실, 강릉집을 얻게 되면 올 때마다 바다를 보러 가진 않는다. 바다는 그냥 옆에 있다는 사실로 만족) 동해안을

좋아한다면, 강릉, 양양, 속초, 고성 주변 등 나하고 맞는 지역으로, 한 번에 이주하는 것이 아니니까 내가 살고 있는 곳과 다니기 편한 지역으로 선택하면 된다.


그렇게 슬슬 취미 삼아 SNS 보듯이 부동산 사이트를 보다 보면, 운 좋게

아니, 생각보다 빨리 아지트를 얻게 되는 날이 올 수 있다.


그게 아니면, 일단 한 달 살기를 먼저 시작해보는 것도 좋다.


"한 달까지 어떻게 시간을 내..."라고 한다면 보름 살기, 일주일 살기도 좋다.


하겠다는 의지가 있으면 못할 게 뭐가 있을까.


"지금은 좀 늦은 것 같은데, 요즘 집 값이 올랐는데, 아... 타이밍을 매번 놓치네..."라고 생각한다면

아마, 5년 뒤에도 같은 말이 나올 것이다.


하고 싶다면, 그냥 좀 늦어도 괜찮다.

정말 늦은 건 아예 하지 않은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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