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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lkown Kim May 02. 2019

16년의 회사생활

아이고 의미 없다.

 2003년 회사에 들어왔다. 누구나 다 대기업에 들어가기 원했고 아직은 스펙으로 승부하는 시기는 아니었기 때문에 비교적 수월하게 회사에 들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 몰랐고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 것도 몰랐기 때문에 회사에서 정해준 대로 회사에서 몰아가는 대로 일을 했다. 어느새 16년 차, 그래도 무슨 일을 했었는지 기억할 필요가 있어서  기록 차원에서 쓴다


 나는 전자 공학을 전공했다. 전자 공학이라는 학문은 우리 주변에 있는 전자 기기들의 원리를 만들었던 학문이다. 디지털이 우리 생활을 자리 잡게 한 원동력. 그중에서도 전자공학의 가장 큰 업적 아날로그 기계의 크기를 작게 만든 디지털 반도체의 개발에 있다. 그래서 난 반도체 설계를 하고 싶었다.


 사실 한국에서 디지털 반도체를 디자인하는 곳은 많지 않다. 내가 다니던 대기업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나는 절실함이 있었고 그 절실함은 어디로 가야 할지 길을 만들어주었다. 그렇게 나는 반도체 디자이너가 되었다.


 문제는 내가 반도체 디자인에 소질이 없었다는 것이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프로그래밍에 소질이 없었다. 그렇게   새로운 TF로 방출되었다. 항상 산을 타고 능선을 걷다 보면 재미있는 일이 있다. 바로 내가 가던 길이 막혀 있다고 보이는 것. 그 막다른 길은 재미있게도 새로운 길로 이어진다. 나는 그렇게 상품기획이라는 새로운 길로 나가게 되었다.


 새로운 TF는 예전 도요타의 렉서스 TF와 비슷한 개념이었다. 당시 개발한 제품들이 일상적인 제품이다 보니 5년 후에 개발될 새로운 제품의 콘셉트를 원하는 리더십의 요청에 대답하는 프로젝트였다. UX라는 새로운 부서와 일하게 되었고 이는 분명 신세계였다. 이전과는 다른 프로세서 다른 성격의 사람들 그리고 정치 그렇게 점점 나는 상품기획자가 되어갔다.


 프로젝트는 생각과는 다르게 성황리에 끝났다. 사업부장 보고도 잘 되었고 그 프로젝트의 결과는 실제 상품기획으로 이관되었고 나도 상품기획으로 보내졌다. 정확하게 말하면 보내졌다. 그때 깨달을 수 있었다. '사람은 한 가지 일만 하면서 평생 살지 않아도 되는구나.'라는 절대 명제. 그 절대 명제를 평생 반복해야 하는데 그때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학습능력이었다. 그래서 배웠다. PPT를, Excel을 그리고 기획을... 아무나 붙잡고 물어보는 것도 배웠고 아무나 붙잡고 보고하는 법도 배웠다. 어차피 나는 아무것도 없이 시작하였으니 잃을 것도 없었다.


 너무 한 제품과 오랫동안 얽혀있었다. 사원부터 대리까지 한 제품에 붙잡혀 있다 보니 슬슬 나는 가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무작정 좋아하는 카메라 쪽으로 향을 틀었다. 그리고 4년 동안 배운 것. '내가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으면 그 좋아하는 일을 싫어하게 된다.' ㅎㅎ


 일을 못하는 것은 아니었나 보다. 어디에서 어느 일을 하든지 평균 이상의 평가가 있었다. 그래서 인도네시아에서 지역 전문가도 하고 말레이시아에서 3개월 싱가포르에서 6개월 일하는 기회도 얻었다. 그렇게 13년부터 18년까지 영업에서 리테일에서 일하게 되었다.


 슬슬 업무의 한 사이클을 다 돌았다. 뭔가를 만들어내는 나사의 한 조각이었던 엔지니어에서 전체 그림을 보는 상품기획으로 입만 조잘대던 기획, 그리고 현장의 리테일까지 경험하였다.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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