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에 있는 우리 마음> preview
2025년 12월 11일 오후, 갈산공원 초입에 들어섰다.
그리 쨍하지도 흐리지도 않은 고마운 날씨 속에 조용한 강가의 숲길이 반갑게 나를 맞아준다. "오랜만이야, 어서 와. 루페와 쌍안경까지 목에 걸고 왔네? 막막한 마음으로 찾아와서는 꽃 하나 마음에 담아가더니, 어느새 이 길이 너의 길이 되었나 보구나. 기쁘다. 오늘도 많이 보고 가렴."
그랬다. 시작은 이곳 갈산공원이었다. 이러저러한 일들로 내가 믿었던 삶의 기반이 송두리째 시들어버리고 아무것도 없는 것 같던 때, 갈산공원의 풀숲 사이로 연분홍 색의 땅비싸리 한 줌을 마주하고 나도 모르게, '어? 어쩌면 내 인생 다 망한 건 아닐지도...'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꽃을 들여다보며 꽃 일지를 적기 시작했다. 그 꽃들 하나하나가 희망 같아서.
몇 년이 흐른 뒤, 내 곁을 지키며 늘 나를 지켜보는 내 베프가 제안했다. "숲해설가가 되어 보면 어때?"
교육생을 선발하는 면접장에서 면접관들의 질문에 대답하면서, 내 마음이 다른 데 한눈팔지 않고 온전히 여기 머문다는 것을 느꼈다. 면접관 한 분이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면접을 좀 더 오래 하고 싶네요."라고 말씀하시는 것을 들으면서 이곳이 내가 속한 곳이구나 싶었다.
8월 말에 시작한 교육이 드디어 이번 주에 끝난다. 1월에 필기, 실기 시험을 치르고 나면 신기하게도 '숲해설가'라는 이름으로 숲에 머물게 된다. 면접관에게 답했던 대로, 내가 그랬듯이 숲을 찾아온 사람들이 자기 마음을 돌아보고 다독이고 품을 수 있도록 돕는 숲해설가가 되어야지.
오랜만에 찾은 갈산공원에서 나무 수피, 열매, 바닥에 깔린 낙엽을 한참 구경하고 주차장 쪽으로 돌아가는데, 새들을 불러 모으려 빨간 옷을 입은 찔레 열매를 만났다. 꽃이 한창일 때도 나를 방긋 웃게 하는 찔레가 이 겨울에도 저 작고 고운 빛으로 내 얼굴에 미소를 얹어 놓는다.
다른 쪽에는 수수꽃다리가 큼지막한 겨울눈을 가지 끝에 올려놓고는 "너도 나도 내년을 기대하자!"라고 말을 걸어온다. 응, 그러자!
2026년에는 아주 익숙한, 늘 새로운 숲의 이야기를 담으려 한다. 숲 속에 있는 우리 마음을 나누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