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5: 《젊은 ADHD의 슬픔》 (정지음 지음)
흡연 중독으로 남자 친구와 헤어졌다. 저자는 담배를 왜 못 끊는 건지, 모든 일에 ‘매번 왜 이러는 건지’ 궁금해 난생 처음 정신과에 방문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의사 선생님은 금연보다 ADHD 쪽이 훨씬 문제라고 했다. 검사해보니 저자는 주의력결핍 우세형 ADHD였다. 유전일 확률이 크다는 말에 부모님에 대한 원망이 피어올랐고, ADHD라는 확실한 진단에 저자는 얼마간 자신을 버린다. 매일 술을 마셨다.
사실 ADHD 진단 기준은 생각보다 엄격하다. 과잉행동과 주의력 결핍 증상이 최소 6개월 이상 계속되고, 그런 증상이 12세 이전에 나타나며, 최소 두 곳 이상의 장소에서 학업, 직업, 사회생활에 차질이 있을 때 ADHD 진단이 내려진다. 저자는 ADHD와 더불어 경계성 지능장애와 우울증까지 겹쳐 복용할 약도 어마어마했다. 가끔 전혀 생각지 못한 부위에 가벼운 염증만 생겨도 내 몸이 낯설게 느껴지기 마련인데, 정신과 질환이 세 개나 된다는 진단을 들은 저자는 오죽했을까? 술로라도 외면하고 싶었을 것이다.
뜻밖에도 폭음을 끊은 비법은 싫증이었다. 음주에 질려버린 저자는 자기 의지보다 ADHD 기질이 강하다는 걸 받아들이고 자신을 인정하기로 했다. 저자는 끊이지 않는 몽상에 수시로 빠지고, 시간 개념이 약해 자주 지각하고, 청소와 정리를 어려워한다. 충동을 잘 제어하지 못해 과소비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청각 자극에도 몹시 취약하다. 자잘한 소리들이 얼마 없는 집중력마저 흩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런 자기를 챙기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기에 저자는 6년째 꼬박꼬박 정신과에 다니며 약물을 복용하는 중견 ADHD로 살아가고 있다.
저자가 누리는 장점도 있다. 문제에 너무 집중하지 않으므로 그 문제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있다. 끊임없는 몽상에 빠지지만, 상상력 하나로 머릿속에 무성영화 상영관을 차릴 수 있는 사람이다. 시간 개념이 없어 매번 지각하는 대신 소중한 염치가 있어서 핀잔을 들으면 진심을 가득 담아 미안하다고 말할 줄 안다. 엄밀히 따지자면 저자가 지각하는 것은 자기 의지와 관계가 없는 일이지만 변명을 늘어놓지 않는다. 이에 저자는 말한다. 다시 태어나고 싶을 만큼 나쁘지도 않다고. 긍정적이다.
나는 어떨까? 나는 저자와는 정반대다. 편의점 앞 간이 탁자에서도, 시끄러운 카페 안에서도 책과 필기도구만 있으면 읽는 내용에 빠져든다. 프리랜서로 살면서 마감 기한 한번 어긴 적 없고, 약속 장소에 늦기는커녕 늘 일찍 도착해 뭔가를 읽으면서 상대를 기다린다. 그러나 집중력이 좋은 만큼 걱정도 세게 한다. ‘이번 일이 끝나는 두 달 뒤에도 어김없이 일이 들어올까?’ 하는 고민으로 종일 전전긍긍한다. 더군다나 나는 현실과 동떨어진 것을 상상하지 못한다. 정말 신은 나를 만드실 때 상상력을 홀랑 빼먹으셨나 보다. 가끔은 주어진 틀을 지독하게 고수하는 내가 답답하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ADHD는 ‘열일곱 번째 MBTI’ 같다는 저자의 말에 동의한다. 저자의 말처럼 다들 ADHD가 아닐 뿐 제각기 미쳐 있고 각자의 문제로 시끄럽고 고독하다. 그러니 나를 보듬어 가면서 좋은 것은 더 좋게, 불편한 것은 무디게 만들어 가야 한다. 내가 가진 불편한 것들은 유감스럽지만, 내가 가진 좋은 것들 또한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므로 더 소중히 여기고 갈고닦으면 좋겠다. 이렇게 나는 오늘도 내가 세운 일정에 맞춰 대견하게도 서평 원고를 썼다. 가만, 지음 씨는 담배를 끊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