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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라 Oct 03. 2024

좋은 팀원 vs. 안 맞는 상사

찰떡 직업을 찾는 모험 ep.6

나도 하면 뭐라도 되는구나


취업 준비를 하며 자존감이 많이 떨어졌지만, 그래도 다행히 어느 한 곳에 면접을 보게 되었다.

면접을 보면서 내가 붙을 거라는 걸 어느 정도 예상했다.

면접관들이 내게 정말 관심을 가지고 질문을 하는 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위치가 좀 애매하긴 했지만, 지금은 정기적으로 할 일과 돈이 필요했기 때문에 합격하면 그냥 다니기로 결심했다.

다행히 면접을 본 회사에서 합격 제의를 받았다.

집의 계약기간이 끝나가고 있던 참이라 어떻게 할지 고민하다가, 마침 회사가 본가와 가까워서 본가에 다시 들어가기로 했다.


'나도 하면 뭐라도 결과가 나오는구나' 라는 안도감과 성취감이 들었다.

그동안 우울했던 날들은 모두 잊고 새 출발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적어도 이때까지는.



좋은 팀원 vs. 안 맞는 상사


새로 들어간 회사는 썩 나쁘지 않았다.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는 점심을 알아서 사 먹어야 했는데 새 회사에서는 구내식당이 있어서 밥을 먹으러 갈 때마다 마음 속으로 꽤 기뻐하며 먹곤 했다. 전 회사보다 직원 수도 훨씬 더 많았고 직원들을 위한 복지도 더 많이 있었다.

이 회사가 첫 회사였던 직원들은 복지가 적다고 불평했지만, 나는 전 회사보다는 훨씬 좋은 조건들이었기에 행복했다.


나 생각보다 회사 체질인가?

전 회사보다 좋은 곳에 왔다는 생각이 드니 뿌듯했고, 앞으로 더 커리어를 쌓아서 더 좋은 곳으로 이직해 보자는 욕심이 생겼다.

아쉬운 점은 전 회사보다 일이 훨씬 더 많았지만, 경력이 늘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하며 감안했다.


새로운 회사에 들어간지 한 한 달 정도가 지났을 때였나.

이때부터 나의 지옥이 시작되었다.

그동안 외부 일로 바빠서 얼굴을 보기 힘들었던 상사가 회사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졌다.

회사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니 내가 하고 있는 일들에 대해 함께 의논하는 시간도 많아졌다.

처음에는 상사의 니즈를 파악하고 맞추는 데 온 신경을 기울였는데, 아무리 해도 상사가 원하는 것을 충족시키기 어려웠다.


상사는 내가 한 일이 본인 맘에 들지 않으면 나처럼 일하는 사람을 처음 본다며, 기분이 상할 만한 말들을 서슴지 않고 했다.

처음 그런 말들을 들었을 때는 내가 새 회사에 와서 아직 이들의 능력을 따라가지 못했나 보다 하고 자책했다.

하지만 상사의 지적이 늘어날수록 상사의 개인적인 의견에 따라 기획의 방향이 바뀌는 일들이 잦다는 걸 깨달았다.


이직을 해서 이 회사에 들어왔다는 다른 직원들에게 물어보니, 내 상사뿐만 아니라 우리 팀의 직급이 높은 상사들 모두 꾸짖는 스타일이라 다들 처음에는 적응하는 데 힘들었다고 한다.

남의 말에 크게 개의치 않아 하는 사람들은 남았고, 더 견딜 수 없었던 사람들은 회사를 나갔던 것이다.

참고로 이 회사에서 우리 팀의 퇴사율이 월등히 높았다는 말도 전해 들었다.


전 회사가 아무리 규모가 작았다고 해도, 전 회사에서의 내 상사도 IT 업계에서 꽤 경력이 많으신 분이었다.

그분과 일할 때는 실수할 때도 있었지만 칭찬을 들은 날도 많았는데, 내가 왜 여기에서 상사의 개인적인 요구를 알아서 채울 때까지 매일 구박을 받으며 자존감을 바닥에 떨어트리고 있어야 하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아마 나도 이 회사가 첫 회사였다면 내 능력을 계속 비하하면서 다른 회사에 이직할 엄두도 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전 회사에서 다양한 클라이언트들과 일을 하며 불평을 들을 때도, 칭찬을 들을 때도 있었기 때문에 내 실력이 모든 사람들을 실망시킬만한 실력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안 그래도 해고를 당한 뒤 내 커리어에 대한 의구심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였는데, 새 회사에서 상사로 인한 스트레스를 크게 받고 나니 회사라는 곳으로부터 완전히 지쳐버리고 말았다.

다음 회사고 뭐고 이직을 할 의지가 생기지 않았고, 이직을 할 생각이 사라지니 퇴사를 하고 나서 대체 뭘 해야 할지 몰라 마음 속은 더욱 혼란스러웠다.

사실 다들 이 정도는 버티며 회사 다니는 건데 나만 유난스럽게 구는 건가 하고 자괴감이 들기도 했다.


이때쯤 내 얼굴에 웃음기가 사라지고 어두웠는지 괜찮냐고 챙겨준 팀원들에게 아직도 감사하다.

상사만 아니면 팀원들도 다들 의욕 넘치고 친절했고, 복지도 괜찮았기 때문에 퇴사를 할지 말지 더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전 회사에서도 느꼈지만 좋은 팀원들을 만난다는 게 큰 복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에 그들을 놓치기 아쉬웠다.  

하지만 몇 달을 더 고민하며 회사를 다니다가 건강이 점점 안 좋아져서 일상 생활에도 지장을 주게 되어 결국 난 다시 퇴사를 결심했다.


 



찰떡 직업을 찾아 모험을 떠나는 강아지 멍순이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www.instagram.com/illam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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