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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스를 성장시키는 방법

찰떡 직업을 찾는 모험 ep.43

by 일라

이제 회사를 다닌 지 어느덧 2주가 지났다.

일이 한가하면 할 일이 없어서 집에 빨리 가고 싶고, 일이 바빠지면 피곤하고 슬퍼서 집에 빨리 가고 싶어진다.


우리 회사에는 팀장급 이상의 상사가 세 분이 있는데 모두 스타일이 다르다.

다른 팀의 두 상사 중 한 분은 성격이 굉장히 시원시원하시고 같이 일하는 팀원들 사이에서 성격이 좋기로 입소문이 나고 계셨다.

또 다른 한 분은 성격이 날카로워 조심스럽게 불만을 내비치는 분들이 많았는데, 아마 일도 바쁜데 불안도가 높으셔서 그렇다는 게 주된 의견이었다.


마지막으로 내가 속한 팀의 팀장님은 빈틈이 없으시고 강철체력으로 유명하셨다.

모르는 걸 여쭤봤을 때 잘 알려주실 때도 있지만 본인 기준에서 아닌 것들은 혼내시기도 하는데, 그래서 그런가 왠지 실수를 하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긴장하게 된다.

일을 하다가 조금 차가운 팀장님의 태도를 맞이할 때면 예전 직장의 가스라이팅하던 상사가 떠올라 괜히 더 마음이 불안정해졌다.


아직은 무섭게 혼내신 적도 없는데 괜히 혼자 지레 겁을 먹고 긴장을 하게 된다.

언제쯤 사회생활이 익숙해질까 걱정하던 무렵, 외부 일정이 생겨 다른 팀원 두 명과 팀장님과 함께 출장을 떠났다.


외부 장소를 섭외해서 행사를 주최하는 일이었는데, 다른 팀원들이 일이 잘못될까 봐 발을 동동 구를 때 왠지 나는 차분함을 유지할 수 있었다.

심지어 가끔은 요청받은 일에서 추가적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이 생각나 한 수 앞을 내다봤고, 팀원들에게 조용히 강하다는 평도 들었다.

왜 나는 차분했을까 생각해 보니 일을 진행하면서 혹시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어떻게 해결할 건지 나도 모르게 생각해 놓았을 때도 있었고, 혹은 그 자리에서 바로 대처 방법이 떠오르기도 했다.


IT회사를 다니면서 직접 혹은 어깨너머로 배운 것들이 쓸모가 있었나 보다.

사회생활이 늘었다는 걸 몸소 체험하고 나니 왠지 자존감도 함께 올라가는 것 같았다.

하지만 팀장님이 행사 장소에 도착하시고 나서부터는 상황이 달라졌다.


팀장님이 뭘 물어보시거나 행사 진행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확인해실 때는 차분함은 저 멀리 날아가고 심장이 쿵쿵 뛰었다.

혹시 실수한 게 있을까 봐 노심초사했고, 실수한 걸 발견했을 땐 식은땀이 나려 했다(다행히 안 났지만).

그동안 한 사회생활을 바탕으로 성장한 건 맞지만 아직은 갈 길이 많이 남아 있나 보다.


아마 행사야 자주 보며 일하는 사이가 아니지만, 팀장님은 매일 같이 일하는 사이니까 더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은 마음에 더 긴장을 하게 되는 것 같다.

그래도 직장에서의 내 부케가 성장한 것은 축하하고 싶다.

일을 하면서 나의 가장 큰 단점이라고 생각한 건 꼼꼼함이었는데, 문득 스쳐 지나간 생각을 괜찮겠지 하고 그냥 지나가면 꼭 그 일이 다시 화두에 올랐었다.

이번에 성장했다고 느낄 수 있었던 건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그런 것들은 지나치지 않아서였던 것 같다.


아직 꼼꼼함 레벨이 높은 분들에 비하면 갈 길이 한참 멀지만, 그래도 내 기준에서는 조금 높아진 것 같아 기쁘다.

앞으로도 어떤 부분을 성장시킬 수 있으려나.




찰떡 직업을 찾아 모험하는 강아지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www.instagram.com/illam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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