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9, 방주교회(하늘의 교회), 유동룡(이타미 준)
[Prologue]
유동룡 건축가의 방주교회는 핀크스 클럽하우스, 포도호텔, 수풍석뮤지엄에 이어 제주도에 남긴 네 번째 작품으로, 하늘을 주제로 한다. 건축가는 시시각각 변하는 섬의 하늘과 조응하는 건축을 하고자 했다. 그는 항상 자연을 담는 방법에 대해 깊이 고민해 왔으며, 특히 방주교회에서는 하늘을 완벽하게 표현하기 위한 디자인 수정이 끊임없이 이루어졌다. 골조가 완성되고 공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도 지붕 디자인을 계속 변경하여 직원들이 굉장히 고생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Episode]
[하늘빛 비늘]
교회는 지붕 끝단을 들어 올려 하늘을 향해 뻗도록 하였다. 지붕재인 징크패널은 두 가지 색상으로 모자이크 되어 있는데, 광택에도 차이를 주어 맑은 날일수록 영롱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또한, 패널을 삼각형으로 만든 이유는 패턴에 다양한 방향성을 부여하여 생동감을 얻기 위함이지 않을까 추측해 본다. 건축가는 이처럼 여러 기법을 활용해 시시각각 변하는 섬의 하늘을 표현하고자 했다.
[은유, 상징, 기능의 물]
징검다리를 건너 구원의 방주인 예배당에 올라탄다. 여기서 미러폰드(물)는 교회를 둘러싸며 하늘을 향해 전진하는 방주의 은유이며 속세와 신성을 구분 짓는 상징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미러폰드는 우수처리의 기능을 담당하기도 한다.
외관을 살펴보면 빗물받이(Gutter)와 선홈통이 보이지 않는다. 빗물은 박공에서 바로 미러폰드로 떨어진다. 때문에 지붕이 더욱 깔끔하게 보인다. 다만, 예배당으로 연결되는 회랑에서 천장을 돌출시키고 상부에 구배를 준 것이 물처리 방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회랑을 지나 건물에 들어서면 우측에 지하1층으로 연결되는 계단실이 보인다. 수공간에 면하는 부분이 모두 유리라서 마치 물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연출을 가진다. 회랑 바닥의 유리벽돌을 통해 지하1층 세미나실에 빛을 들인다.
[빛이 스미는 품]
예배당의 진입부에는 좁은 마름모꼴의 천창이 뚫려 있다. 지붕 중앙의 굴뚝처럼 솟은 구조물이 이것이다. 천창은 진입부에 분위기를 부여한다.
예배당의 촘촘한 목재 리브(구조체)는 바닥에서 지붕까지 연속적으로 이어져 공간에 위요감을 형성한다. 구조체 사이에 끼워진 유리는 상부가 에칭 처리되어 눈높이의 시선을 차단한다. 이는 강단의 낮은 창과 마찬가지로, 미러폰드에 반사된 빛을 내부로 들이며 호응한다.
[구조 표현의 디테일]
목재 리브 사이에는 몇 개의 열리는 창이 있다. 그리고 그 위에는 같은 재료의 창호인방(Lintel)이 있는데, 이것이 에칭유리 안쪽에 감춰지기 때문에 외관상 목재 리브의 수직선이 두드러지는 입면을 갖는다. 또한, 목재 피복에는 팽창줄눈처럼 세로로 긴 홈이 파여있는데, 이는 Relief Cuts라 불리는 균열, 팽창, 수축을 컨트롤하기 위한 홈이라고 한다. 기둥이 얹혀진 주춧돌에도 동일한 홈을 주어 세로선을 강조하고 있다.
교회 후면에서는 철골 십자가가 지붕을 떠받치고 있는데, 이밖에도 빛, 목재 등 여러 가지 물성을 활용하여 구원의 상징을 새겨놓았다.
[Epilogue]
유동룡 건축가에게 재료란 자연에서 비롯된 것이고 수명을 다한 뒤 다시 자연으로 환원하는 것이었다. 때문에 시간에 따른 재료의 변성을 당연하고 아름다운 것으로 받아들였으며, 재료에 대한 애정이 굉장했다고 전해진다. 한 사례로, 그가 98년 도쿄에서 리모델링한 '먹의 집'이 있다. 그는 대나무 줄기를 사용하여 입면을 구성하였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대나무의 색이 바래고 줄기가 갈라지는 모습을 의도하였다고 한다.
그렇다면 방주교회에서도 물 위의 구조체에 목재 피복을 한 것은 재료의 변성을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것으로 바라보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미지 출처]
먹의 집(Hermitage of Ink)
정다운. (감독). (2019). 이타미 준의 바다[다큐멘터리]. Giraffe Pictur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