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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아 Feb 01. 2022

"시간이 없다!"라고 말할 시간에

#시간은 돈이다 #시간 줍기

작년 내내 입에 달고 살았던 말이다. "시간이 없다, 시간이 없어."


물론 아이들 셋 독박 육아를 하며 가사 노동을 해야 하는 입장에서 삶이 바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중대한 이유는 나의 시간을 가지지 못하게 하는 큰 핑계가 되어 주었다. 시간이라는 것은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24시간이 주어진다. 하지만 시간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24시간을 240시간의 가치로 살아갈 수도, 반대로 2시간 4분의 가치로 살아갈 수도 있다. 나는 늘 후자에 속했다. 아이들 육아도 가사노동도 조금은 수동적으로 해왔다. 예를 들면 아이들이 요청하는 어떤 것이 있다면, 더 미룰 수 없게 될 때까지 버텼다. 그렇게 미루고 미뤄 일을 하는 것에 또 좋은 핑계가 있었다. 체력이 부족하다는 것. 몸은 하나이지만 열 개라도 부족할 만큼 바빠서 잠시 앉아 여유롭게 식사할 시간도 주어지지 않았다.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식기 전에 마시기도 벅찼다. 


하지만 새해가 되고 이것부터 바꾸고 싶었다. 이렇게 시간이 없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다가 인생이 끝나버릴 것만 같았다. 그래서 시간 관리를 제대로 해보고자 시간 관리에 대한 각종 강의와 책을 읽어보았다. 24시간 중 깨어 있는 18시간 정도를 1시간 단위로 나누어 포스트잇에 적어 붙여보았다. 1시간을 30분으로 쪼개어 적을 수 있는 것들은 그렇게 했다. 방 한쪽이 포스트잇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대체 저 시간에 난 뭘 하고 있었지? 싶은 빈 공간들이 눈에 들어왔다. 뭘 하고 있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니 충격이었다. 


그다음으로는 하고 싶은 목표를 적고 그 목표를 위해 하루에 내어야 하는 시간을 거꾸로 계산했다. 하루 30분 독서, 30분 명상, 30분 요가, 30분 글쓰기 총 2시간 정도의 자기 계발 시간을 끼워 넣고 싶었다. 뭘 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게 허비했던 시간들을 쪼개어 30분짜리 자기 계발 시간을 끼워 넣었다. 예를 들면 30분 아기 재우기 (아기띠로 아기를 안고, 수유를 하거나 걷거나 하는 시간) 하는 동안 나는 주로 멍하니 유튜브를 보고 있거나, 각종 SNS 피드를 확인하고, 카톡 메시지에 답을 하고 있었다. 그 시간 동안 나는 독서를 하기로 결심했다. 또 첫째와 둘째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데려오는 총 30분이 넘는 시간 동안 오디오 북으로 책을 듣기 시작했다. 


그리고 신랑이 첫째 둘째 아이와 책을 읽는 저녁 시간에 나는 저녁 먹은 것을 치우고, 널브러진 장난감을 치우는 등 집안 뒷정리를 해왔었다. 그 후에 침실로 들어가서 아이들이 장난을 치고 시간을 허비하고 있을 때 나는 샤워를 했었다. 그러나 그 몫을 아이들과 신랑에게 다 맡기고 나는 샤워를 했다. 총 1시간이 넘게 걸리는 일을 30분으로 줄이고, 남는 나머지 30분 동안 요가를 했다. 


이렇게 쪼개서 시간을 찾아내고 나니, 시간을 대하는 태도가 훨씬 능동적으로 바뀌었다. 하루 중 틈나는 대로 하고 싶은 일을 끼워 놓고 나니, 시간 보물 찾기를 하는 기분이다. 예전엔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미뤄서 허둥지둥 일을 해내었다면 지금은 조금이라도 꺼내 쓸 수 있는 시간을 찾기 위해 능동적으로 할 일을 끝내고 주어진 5분의 시간도 신나게 나를 위해 쓴다. 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하루를 끝내고 육퇴 후 맥주를 마시며 뒹굴뒹굴 넷플릭스를 2-3시간씩 보곤 했는데 다 치우고 일찍 잔다. 일찍 자면 푹 자고 훨씬 개운하게 일어날 수 있었다. 같은 7시간을 자더라도 새벽 1시에 자서 아침 8시에 일어나는 것과 저녁 10시에 자서 이른 아침 5시에 일어나는 것은 몸의 피로도가 달랐다. 나는 분명 내가 아침잠이 많은 사람이라 생각했었는데, 아침잠이 많은 것은 자야 할 때 제대로 안 자서였나 싶을 만큼 알람을 듣고 잘 일어난다. 아침에 아이들보다 1시간 정도만 일찍 일어나도 조용히 명상을 하고 글을 쓰고 따뜻한 티를 식기 전에 온전히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같은 시간을 쓰고 있지만 훨씬 더 여유롭고 기분이 좋다. 능동적으로 내 시간을 쓰는 내가 좋다. 소위 시간은 돈이라고 한다. 돈을 길거리에 뿌리고 다니는 사람을 보면 미쳤다고 생각할 테지만, 생각해보면 내가 그러고 있었다. 이제까지 유튜브와 넷플릭스와 SNS에 뿌린 나의 돈을 이젠 나에게 뿌려보려고 한다. 놀랍지만 돈도 시간도, 없어 없어라고 하면 정말 없어져 버리는 것 같다. 하지만 매우 능동적으로 찾아내고 나니 의외의 시간에 풍요로움을 즐기게 되었다. 과거의 나에게 말하고 싶다. '시간이 없다, 시간이 없어!'라고 말할 시간에 일어나 시간을 주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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