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의 몸의 일기 _ 3
나는 태어나서 다이어트란 걸 해본 적이 없다. 과체중도 저체중도 아닌 보통의 몸을 가지기도 했지만, 원체 의지 자체가 빈약한 사람이라는 이유가 컸다. 하지만 나라고 날씬해지기 싫었을까. 아니, 돌이켜보니 나는 지금보다 훨씬 말랐던 시절에도 스스로를 뚱뚱하다고 생각했다. 지금 그때의 사진을 보면, 깜짝 놀랄 만큼 말랐다 싶었고, 실제로도 키가 작으므로 건강검진 상으로는 ‘저체중’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살이 쪘다고 생각했고, 살을 뺄 시도는 하지 않은 채 스스로가 불만족스러운 상태로 지냈다.
지금보다 7~8킬로가 적게 나갔던 20대의 나는, 몸 상태가 지금보다도 좋지 못했다. 약 먹을 수치는 아니었지만 갑상선 수치가 경계치 정도로 낮아서 주기적으로 검사를 받고 있었고, 과민성 대장증후군으로 화장실을 들락날락했다. 게다가 말랐지만, 뱃살은 튀어나온 ‘마른 비만’이었다. 운동을 싫어하고, 매일 김밥 한 줄이나 편의점 음식으로 간단하게 끼니를 때웠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결혼하면서 살이 조금씩 찌기 시작했고, 임신하면서 내 생에 최대 몸무게를 찍었다. 그때는 몸무게로 스트레스가 없었는데, 최종적으로 9kg밖에 찌지 않음이 내심 자랑스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출산하고도 살이 크게 빠지지 않았고, 여차저차 지금의 몸무게를 가지게 된 나는 불행했다. 나만 뚱뚱한 거 같고, 내 몸이 부끄러웠다. 늘 큰 옷만 입고 다니고, 몸매를 드러내는 게 창피했다. 나는 왜 이렇게 몸무게라는 숫자에 연연하게 되었을까.
어쩌면 나에겐 이상적 몸무게가 설정되어 있었을지 모른다. 나는 사실 비정상적으로 깡마른 사람들을 좋아한다. 남자와 여자의 경계가 불분명한 깡마르고 긴 몸이 쿨하다고 생각했다. 그냥 그게 예뻐 보였다. 그러다가 그래미 시상식에서 우리 기준으로는 ‘뚱뚱한’ 미국 언니들의 핫한 무대를 보고는 당황했다. 와~ 진짜 멋지고 신선했다. 거대한 엉덩이와 풍만한 가슴을 당당하게 드러낸 의상이 전혀 이상하지가 않았다.
살이 찐다는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실제로 나는 살이 찌고 난 후에 갑상선 수치가 좋아졌고, 얼마 전 건강검진에서 갑상선에 있었던 작은 결절들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살이 찌는 것이 좋은 것만도 아니다. 몸이 피곤해 낮잠을 자는 날이 많아지고, 소화가 안 돼 트림이 끅끅 나오는 경우가 늘어났다. 그렇다면 나에게 적당한 몸무게는 도대체 어느 정도란 말인가.
필라테스를 배운지 3개월 정도가 되었는데, 특별한 일을 제외하고는 일주일에 3번 정도는 운동하려고 노력 중이다. 일주일에 한 번쯤 인바디를 측정하는데 나는 체지방량이 높고, 골격근량이 낮은 ‘표준체중 허약형’이다. 인바디 점수가 80점이 평균이라는데 아직 평균에 다가가기에도 글렀다. 나에게 중요한건 몸무게가 아니라 근육량이었다! 내장지방이 조금 줄고 근력이 늘었을 뿐인데도, 활력이 생기고 낮에 꾸벅꾸벅 졸던 빈도도 줄어들었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야 한다는 말도 지긋지긋하다. 안 사랑스러운데 어디를 사랑하란 말인가. 내 그릇이 이것밖에 안 되면, 그릇에 이 몸을 맞출 수밖에. 내 모든 걸 사랑할 수 없다면, 먼저 이 복부 지방을 태워버리고 싶다. 자꾸 군것질하고 싶고, 운동하기 싫은 날이 늘어나지만 그래도 나를 위해서 생에 첫 다이어트를 시작해본다. 올여름에는 비키니까지는 아니더라도 래시가드는 벗어봐야지. 사람들 눈을 신경 안 쓰고 나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는 몸을 가져봐야지. 단, 오늘 이것까지만 먹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