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이 되니 아가들 눈빛이 달라졌다. 내는 소리도 제법 다양해졌다. 같은 장난감에 보이는 반응이 다르고, 잘 짓는 표정이 제각각인 것도 재미있다. 둘은 쌍둥이지만 얼마나 같고 얼마나 다를까? 아가들에 이입하여 MBTI 검사를 해보았다. 평소에 얼마나 보채는지, 시각이나 청각적 자극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자신에게 놓인 과제(옹알이, 뒤집기, 소근육/대근육 발달 등)를 어떻게 대하는지 등을 126일간 지켜보고 검사를 실시했다.
우선 선둥이 자두.
ISTJ 현실주의자형이었다.
Introversion: 우리 자두는 내향적인 것으로 보인다. 사람들이 여럿 있을 때 웃어 보이거나 강한 손짓 등으로 시선을 끌려고 하려 하지 않는다. 후둥이 딸기와 같이 있을 때도 딸기를 쳐다보기보다는 익숙한 엄마 아빠 얼굴만 쳐다본다. 음 확실히 내향형이야.
Sensing: 감각/현실주의형이다. 갑자기 울어재끼는 일이 없다. 대체적으로 차분하게 상황을 지켜보고 울지 말지 결정하는 성향이다. 관찰한 사실을 바탕으로 상황을 인식하는 것 같다.
Thinking: 사고형이다. T 유형은 원칙과 규범을 중시하는데 우리 자두가 그러하다. 맘마를 먹다가도 배가 부르다 싶으면 절대 절대 주는 걸 더 받아먹지 않는다. 받아먹는 줄 알았는데 삼키지 않고 있다가 그대로 주르륵 뱉을 때도 많다. 자신이 생각하기에 확고하다고 생각이 들면 타협이 없다. 휴 맘마 먹이기 어렵다.
Judging: 계획형이다. 목적의식이 뚜렷해서 뒤집기를 하고자 하면 쉬지 않고 계속 뒤집는다. 쉬라고 다시 눕혀놔도 그새 뒤집어 낑낑거리고 있는 건 어김없이 자두다. 뒤집기를 마스터하고 나니 폭풍 옹알이 중이다. 그전까지는 옹알이를 거의 하지 않더니 아마도 과제를 하나씩 해치우고자 계획한 것 같다.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게 딱 J다.
그리고 딸기.
ESFP 연예인형이다.
Extraversion: 외향형이다. 사람들을 보면 방긋방긋 잘 웃고 좋아한다. 옹알이를 엄청하면서 말을 건넨다. 옹알이를 듣는 사람들도 대체로 즐거워하는 것을 보면 언변도 뛰어난 것 같다.
Sensing: 자두와 같은 감각/현실주의형이다. 자두보다는 S 수치가 조금 낮긴 하다. 모빌과 그림책을 볼 때 매우 집중하는 등 감각을 활용해 상황을 파악하고자 한다. 사물에 대한 호기심이 많아 눈앞에서 누가 얼쩡거리면 뚫어져라 쳐다본다.
Feeling: 높은 수치로 감정형이다. 옆에서 울면 같이 울기도 하고, 한번 감정에 휩싸이면 쉽게 잦아들지 않는다. 잠투정하느라 울기 시작하면 재우기까지 한참 걸린다. 그래도 정에 약해서 맘마 먹을 때 잘 타일러서 더 먹자 하면 먹어준다. 논리적인 것보다 인간관계에 바탕을 두고 행동하는 것으로 보인다.
Perceiving: 인식형이다. 이런저런 호기심은 많지만 딱히 계획적이진 않다. 뒤집기 하려는 기미도 통 보이지 않다가 며칠 으쌰 으쌰 하더니 뒤집어버리고 갑자기 배밀이까지 하려 한다. 내킬 때 몰아서 하는 타입이다. 아마도 당장 뒤집을 계획이 없다가 자두가 뒤집고 나니까 유연하게 상황을 조절한 것 같다. 전형적인 P 유형이다.
엄마는 아가들이 궁금하다. 매일 조금씩 변하는 얼굴을 들여다보며 나중에 커서 무얼 좋아하고 무얼 싫어할지, 어떤 일로 우리가 크게 싸우게 될지 상상해 본다. 인터넷에서 발견한 MBTI 궁합표에 따르면 아가 둘은 천생연분이란다. 와 둘이 절친으로 지낼 수 있겠다. 내가 서로에게 평생을 함께할 좋은 인연을 만들어 준 것 같아 뿌듯하다. 남편과 아가 둘의 궁합도 좋은 편이네? 화목한 가족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럼 나와는 어떨까. 안타깝게도 INFJ인 나와 아가들의 궁합은 그리 좋진 않았다. 파국이란다. 여태 끄덕이며 정독하던 인터넷 페이지를 슬쩍 못 본 척 닫는다. 자, 다른 성격유형검사를 해보자. 검색창에 애니어그램을 입력하고 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