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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느무느 Sep 09. 2022

위대한 유산

시터 이모님이 하루는 아가들에게 그러셨다. “아빠 닮아서 이마가 이뻐져야지~” ​


우리 아가들은 이마가 동그랗게 튀어나온 짱구이마다. 어쩜 둘 다 이마가 그렇게 튀어나왔는지. 너무 귀엽다. 난 어릴 때 짱구이마였다고 한다. 튀어나온 건 나쁘진 않은데, 이마가 넓은 게 살면서 마음에 들었던 적이 없다. 그런데 아가들 이마가 저렇게 튀어나와 있다니. 지금은 귀엽고 이쁜데 크면서 나처럼 이마가 높아지진 않을까 내심 걱정이다. 남편은 이런 내 심정을 모르기에, 아가들 짱구이마를 너무 이뻐라 하며 꼭 남들에게도 엄마 닮은 이마라고 말한다.​


시터 이모님이 아빠 이마가 아주 잘생겼다는 말과 함께 ‘아빠 닮아서’ 이마가 이뻐야 한다고 하시니, 내 이마가 내 눈에만 못 나 보이는 게 아니었나 보다. 물려주기 좋은 이마 경진대회가 있다면 서류심사도 통과 못 하고 탈락할 운명이었을까?

더 먼저 계셨던 산후도우미 이모님은 아가들이 아빠 닮아서 눈썹이 진하다고 놀라셨다. 내 눈썹은 연한데 남편 눈썹은 매우 진하다. 이모님은 눈썹 연한 내 앞에서 자꾸 말씀하셨다. “여자는 눈썹이 진해야 미인이지~” 그래, 엄마는 수모를 당해도 아가들은 눈썹이 진해서 다행이다.


엄마의 수치가 계속되는 가운데 아빠 탓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육아 대백과 책을 들쳐보니 자녀의 키를 예상해보는 공식이 있었다. 어디 보자. 여자아이 키는 엄마 아빠 키의 합에서 13센티를 뺀 후에 평균을 낸다고? 나랑 남편 키는 5센티도 차이 안 나는데…? 저 공식에 따르면 우리 아이들의 키는 나보다도 작게 된다. 키 작으면 이건 백 프로 아빠 책임이다! 그러고 보니 좋아할 일은 아니네. 키는 컸으면 싶었는데. 흑.



아이가 나의 어디를 닮았으면, 남편의 어디를 닮았으면 좋겠다는 대화를 자주 했다. 누구를 더 많이 닮아야 좋을지 경쟁처럼 자신의 장점들을 나열했다. 내 유전자 중에 쓸모 있는 게 있다면 그것들만 물려주고 싶은데. 외모적으로 완벽하길 바라는 게 아니다. 나는 여러 가지 이유로 나를 싫어했는데 우리 아가들에게는 자신을 싫어할 단서를 조금이라도 주고 싶지 않은 마음이다. 아마 아이들이 성장하면서도 이 게임은 계속될 것 같다. 하지만 엄마 아빠가 벌이는 이 게임의 승패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나와 그, 혹은 조부모, 혹은 증조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조각들로 자신을 완성시켜 나갈 아가들이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 주길 바랄 뿐이다.


​언젠가 아가들이 크면 “나는 왜 이렇게 눈이 작아?”, “이마가 넓어?” 하며 자기 외모를 불평하는 날이 올 것이다. 엄마를 닮았는지 아빠를 닮았는지가 아이들에겐 더 이상 자랑스럽지도 중요하지 않고 거울 속 모습이 마냥 불만족스러워지는 시기. 이마가 어떻든, 눈썹이 어떻든 우리 아가들 최고로 이쁘고 소중하다고 항상 말해주어야지. 그리고 절대 미워할 수 없게 여기저기 엄마 뽀뽀를 엄청 해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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