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써놓은 글들을 보면 창피하다. 당시엔 머릿속에 엄청난 것을 생각해 낸 것 같아서 마구 써댔지만, 지나 와서 생각해 보면 뭐 대단한 이야기라고 저렇게 써놓았나 싶다. 허접한 속내를 정성껏 써놓은 게 낯 뜨겁고 친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내 글을 견디고 있을 사람들에게도 특히 미안해진다. 그러면서 동시에 드는 생각은, 자신이 내뱉은 말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는 사람들하고는 잘 어울리진 못 하겠다 싶다. 이상한 심리. 스스로에 대해 조금이라도 의심해 볼 수 있는 사람이 좋다. 그것은 곧 나와 비슷한 부류라는 건데, 그런 사람들이 좋다는 건 내가 역시나 나르시시스트라는 것일까.
아무튼, 옛날에 써놓은 육아 이야기를 몇 개 업데이트하고자 블로그 창을 켰다. 아이를 키우면 이렇겠지 저렇겠지, 이래야지 저래야지 적어놓은 것들이 되돌아보면 참 우습다.
1.
언젠가 이런 글을 썼었다. "유치원 끝나고 오는 길에 낙엽이 이쁘다고 주워오고 돌멩이랑 대화하다 집에 데리고 올지도 모른다." 한국 나이로 4세가 된 지금, 아이들은 정말로 나뭇잎과 돌멩이를 주워 온다. 가장 좋아하는 것은 기다란 나뭇가지. 부러진 나뭇가지를 집어 들고 어떤 게 더 좋은지, 무슨 다이애건 앨리에 있는 그 지팡이샵에서 지팡이를 고르는 것처럼 열심히 살펴본다. 좋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잘 모르겠다. 마냥 두껍고 길기만 한 걸 더 선호하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알 수 없다. 요즘엔 솔방울을 그렇게 주워오는데 가을이라고 어린이집에서 솔방울, 밤, 은행 이런 것 들을 배워서 그렇다. 주워와서 집에 고이 모셔놓으면 좋겠지만... 얼마 전 결혼식에서 받아온 꽃다발에서 어떤 벌레의 유충으로 보이는 것이 나와 집에서 기어다니는 것을 발견하고는 꽃을 급하게 치워버렸다. 유충은 무려 두 번이나 발견되었는데 한 번은 주방에서, 한 번은 소파에서 잡혔다! 이런 연유로 솔방울을 집에 놓는 것도 아직 마음이 힘들어서, 솔방울은 친구 솔방울 있는 곳에 놓아주라고 유도를 한다. 어떨 땐 말을 듣는다.
2.
또 한 번은 "여보라고 불러야 하는 시기"라는 제목으로 글을 썼었다. 여보라고 부르는 게 영 내키지 않는다는 이상한 헛소리였는데, 지금은 오빠고 뭐고 당연히 여보라고 부른다. 안타깝게도 저 글은 하루에도 수 건 조회되고 있는데 내 쌉소리를 여러 사람이 읽는다는 것이 부끄럽기도 하지만, 그만큼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고민을 많이 한다는 뜻이기도 할 거다. 남이 내가 쓴 글에 보내는 관심이 조금은 달콤해서, 창피하면서도 숨기지 못하는, 복잡한 감정이 드는 글이다. 아무튼 정정하자면 남편이 여보지 무슨 오빠야. 이젠 그냥 여보다.
3.
숫자를 붙인 김에 이왕이면 세 개는 있어야 하는데 또 뭘 업데이트해야 할지 모르겠다. 아니, 엄청 많긴 한데 그냥 다 쌉소리였다고 외치고 지워버리고 싶은 충동 때문에 목록화하기가 어렵다. 그렇다고 그동안 들인 시간과 노력이 아까워서 블로그를 폭파시키지도 못한다. ㅋㅋ 일단 이 충동을 좀 다스려봐야지. 조금 더 뻔뻔해져야 한다. 나를 견뎌, 나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