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블로그 결산을 해보았는데 부끄러워서 못 올렸다. 가장 많이 쓰인 단어가 '하지만' 이라더라. '하지만'이라니. 아니, 도대체 무슨 반박을 그렇게 끈질기게 해댄 거야. 정말 쓰잘데기 없다. 쓰잘데기 없는 말을 성실하게 써온 지난 1년이 부끄럽다. 내 얄팍한 자존심과 허영이 블로그 결산 그래프에 고스란히 박제되었다. 그러니까, 저속 노화 의사 양반 얼굴이 크게 박힌 햇반을 싸게 팔길래 잔뜩 샀는데, 그냥 그래서 샀다고 하면 될 것을, '하지만' 난 여전히 그 아저씨가 자신의 위력을 부적절하게 휘두른 것에 대해 용납할 수 없다는 둥 어쩌고저쩌고 자기 변호성 사족을 잔뜩 붙인 글들을 1년 동안 양산해 냈다는 거지.
하지만(ㅋㅋ) 내가 '하지만'을 쓰지 않는 날은 영영 안 올 것이다. 나에게 글쓰기란, 내 생각을 누군가 읽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비롯된 행위이다. 문제는, 그 '생각'이라는 게 속으로만 해도 되는 말들과 별 차이가 없는 수준이라 글을 쓰고 나면 항상 나의 하찮음에 깜짝 놀란다는 것이다. 본질은 허접한데 그럴싸하게 보이고는 싶으니 '하지만' 따위를 남용한다. 뭐, 일단 자기 의심이 많아서 내가 한 말을 혼자서 반박하고 또 반박하는 습관이 있기도 하고, 남의 시선도 적잖이 의식하니 '하지만' 없이 글 쓰기란 나에게 불가능하다.
쓰고 나니 이렇게 비호감일 수가! 새해에는 '하지만' 따위를 쓰지 않고, 좀 더 자유롭고 맘대로이고 정제되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다. 덜 후회하고, 두 번 생각하지 않고, 걱정도 적당히만 할 수 있다면 좋겠다. '하지만'을 많이 쓰는 습성이 내 정신의 어떤 고질적인 결함과 깊게 맞닿아 있다는 걸 너무도 잘 안다. 나랑 비슷한 사람은 편하지만, 생각 많은 내가 지겨워서 가끔은 다른 사람이 되고 싶어진다. 이 와중에 또 내 안의 목소리가 말한다. “하지만 사람은 안 바뀌어~”
별 감흥 없이 2026년을 맞이했는데 이걸 내 새해 소원이라고 퉁쳐도 될까. 솔직히 내 새해 결심은 너무 다크 해서 공공연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이 못 된다. 회사에서 특정 인물이 사라지기를 바라는 그런 종류의 것. 그래도 이게 입 밖으로 내기 어려운 소원이라는 것 정도는 안다. 사랑하는 사람들, 소중한 것들의 안녕을 빌 수 있는 어른은 못 되고, 그저 내가 조금 더 편해지는 게 가장 시급하다니. 그래도 이뤄지면 좋겠다. 다들 마음속에 이런 음침한 소원 정도는 품고 사는 거잖아. 그렇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