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해민
두부집 타버린 밤
주말이면 우린 같이 도망갔지
속초는 나의 주말이자 여름이고 겨울이야
좀 지겨운 곳이었어
일요일 아침에는
간판없는 순두부집에서
슴슴한 맛 모르는 아이의 숟갈로
순두부를 다 으깨 꼭 혼이 났어
그래도 그 재미가 쏠쏠해서
은근 그 순간을 기다렸다
두부 만드는 김이 좋았어
피어오르는 김을 따라 뒷 산이 울창했지
여름이면 매미 소리가 자욱했어
그 순두부 집이 명물 순두부 거리가 되고,
김영애 순두부집이라는 명소가 될 즈음
이제 주말은 서울서 보내게 되었어
터널 생기기 전
굽이굽이 넘던 미시령 국도에서는
꼭 차창을 여는 시간을 가졌어
바람이 달라서, 꼭 머리를 푸르고 싶었거든
그러다 모두 내렸어.
굽이치는 바람에,
온갖 숲 냄새가 미시령 골짜기에 모여
꼭 기지개를 폈지
그래도 터널이 생겨서 다행이야
답답하다 멋없다 욕했었는데, 고맙더라구
그 두부집 뒷산이 벌건데
잠이 안 오네
허망해 그럴 수도 있어
이제 어디로 간담
오늘만 반말해도 용서해줄래
by 해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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