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옥장판
뭔가를 해야겠다,, 싶었을 뿐이에요
솔직히,
다시 찾아오신 나의 친구(=우울증) 때문에 굴을 어느정도 파고있었는데,,
나락으로 떨어지기 전에 천만다행이도 ‘미세먼지제로마켓’이 열렸고 셀러로 참여하게 되어서
일시정지. 상태를 할수있었죠.
그 마켓이 끝나고 바로 그 친구는 점점 더 커지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그 친구가 찾아오면 항상 그랬듯이 집에만 있었죠. 계~ 속해서 며칠 내~ 도록 집에만 있었어요.
그저께 잠깐 네시간 정도 외출한거 말고는
정말 집에만 있었어요.
하루종일 저처럼 나이먹어 늦게돌아가는 노트북을 붙들고 작업만 했죠.
꽃손이가 엽서북을 인쇄맡기면서 동시에 준비해왔던 제주시리즈 첫 번째 엽서북을 인쇄맡겼는데,,
인쇄라는게 왜그리 한 번에 되는게 없는걸까요?
제가 부족해서 그런지 이해력이 딸려 그런지..
암튼 부랴부랴 말 그대로, 데드라인에 맞춰서 작업해서 넘기느라 이미 공중분해되고 있는 멘탈은 소멸직전까지 갔고, 그게 수십배로 직격탄을 맞아서,
이미 찾아와서 깊숙히 파고들고 있는 그 친구랑 합세해서 그냥 퍼져있었어요.
그러다 갑자기
정리도, 청소도 안 된 집구석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어요.
저는 결벽증도 있어요.정리정돈 병이 있고.
총체적 난국인가요
(물론, 많이 나아져서 지금은 저한테만 그래요)
‘내가 언제부터 청소를 안했지? ‘
‘매일 하던 개수대며 세면대며 하수구 청소를 안 한지 며칠이지???’
날짜를 따져보니 정신이 확 들었어요.
그래서 미친듯이 대청소를 하기 시작했어요.
옷 정리도 하고 집안 온 구석구석을 다 청소했어요.
항상 맡아도 좋은 냄새를 맡으며 삶은 빨래를 개고
깨끗이 씻은 그릇들을 정리하고
이 좁아터진 집구석에 구석이란게 존재할까 싶을정도로 여기저기 닦아대고
개수대며 하수구며 세면대며 땀 뻘뻘 흘려가며 말끔히 씻고 나니
빨아서 개켜둔 수건들이 보였죠.
무슨 생각에선지 평소에 개키는 방법이랑 다르게 멋내가며 개켰어요.
아마도
뭔가 새로운 걸 하고 싶어.. 라는 생각이 투영 된 걸까요.
아......................
새로 개킨 수건들은 저희집 수납장에 맞지 않는 거였어요...........................
아무리 새로 개킨 수건들을 수납장에 넣으려고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봐도 안되는 건 안되더라구요.
근데 한 순간, 웃음이 났어요.
정말 미친사람처럼 ‘ 너 뭐한거니?’하면서 한참을 웃었어요.
한참을 깔깔깔 눈물까지 흘려가며 웃고나니
그 친구는 저 멀리서 저를 보고 있더라구요.
“잘했다, 이번에도 오래 갈 줄 알았는데 예상보다 빠르네! 저번보다도, 작년보다도 나아졌다. 잘했어,
잘하고있어.”
아직 그 친구를 떠나보낸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나아졌다잖아요!
그냥 저는 뭔가를 해야겠다 싶었을 뿐이에요.
몇날 몇일을 굴 파고 들어가서 나락으로 떨어지려하니 남아있는 최소한의 저의 이성으로
그냥, 또다시 바닥치기 싫어서..
살아야겠다 싶어서
뭔가를 해야겠다 싶었을 뿐이에요.
이런 저라면 한 번더 힘내볼 수 있겠죠?
한 번 더 시작해 볼 수있겠죠.
by 옥장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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