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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불시착 김택수 Apr 23. 2019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야"



그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야

그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야

그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야

그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야

... ...



 이런 식으로 열 번.

나는 그때그때 꼭 해야 할 말을 하지 못하고 뒤늦게 혼자 모노드라마 대사를 외우듯 혼잣말을 반복하는 타입입니다. 중얼거리는 입 모양에 때론 화난 얼굴이거나 아니면 웃는 얼굴이거나 하는 나에게 아내는 "무슨 생각해?" 이렇게 묻고는 합니다. 그러면 난 "응? 내가?"라고 시치미 떼어보지만 그건 뻔한 거짓말.


 그런데 요즘은 혼자 이런저런 상황을 생각할 만한 것도 많지 않아서 고개를 15도 기울려 멍하게 모니터를 바라보거나 스마트 폰 바탕화면만 이리저리 굴려보는 일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요? 생각해봐도 답이 없거나, 답이 있어도 해결이 불가능. 아마도 이런 것들이 나를 집어삼킨 건 아닌지.


 어제는 공릉중학교 자율학습 교사로 4시간을 수업했습니다. 책방이 좋다고 이야기 하면서 그게 그렇게 좋은지, 아이들의 시가 좋다고 이야기하면서 시가 진짜로 좋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이들이 눈치챌 정도는 아니었지만, 요즘 나의 태도에 제일 당황스러운 건 나였습니다. 이후에 카페에서 마신 밀크티의 맛이 어땠는지 이후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집에 들어가고 나서는 오늘을 보내기 전까지 무엇을 하면 좋을지 모르는 채 누워만 있었습니다.  

 

 이제 곧 나올 와펜도  티셔츠에도 그다지 기대를 안하는 것은 무감각이나 사라진 의욕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고독함이나 잔잔한 지루함일거라는 추측만 있습니다. 내가 만들어 낸 것들에 기대했던 희망이 초라해지는 것에 대해 소리라도 질러볼까요?


 계절은 이제 여름을 향해 가속페달을 밟은 것 처럼 초록은 녹색으로 변해있고 사람들의 옷차림은 가벼워 져있지만 난 아직도 두터운 모직자켓을 입고 있다는 사실을 아내가 말해준 뒤에야 알았습니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야" 라고 아내에게 말했는데 아내는 별 다른 대꾸도 없이.





illru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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