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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불시착 김택수 Apr 27. 2019

오늘도 수고했습니다. 다 잘된겁니다.

illruwa

  나는 물건을 만듭니다. 물건은 책이기도 하고 메모지, 엽서이기도 합니다. 해서 플리마켓에 나가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매대에 물건을 깔아놓고 내가 만든 물건을 기꺼이 사주길 기대하며 손님을 기다립니다. 이미 손님들 손에는 다른 작가의 작품들이 봉지 가득 들어있습니다. 손님은 책을 천천히 읽어보고 다시 제자리에 내려놓습니다. 아쉽게도 이번 손님의 마음에는 들지 않나 봅니다. 시간이 지나도 테이블 위에 물건들은 주인을 찾아가지 못합니다. 기대도 했지만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예상도 했습니다.  손님의 선택을 받지 못하니 약간은 지치기도 합니다. 내 책과 그림은 그만그만하고 다른 작가의 작품들은 빛이 나 보여 질투도 해봅니다. 손님들은 냉정히 그 빛을 알아봅니다. 어차피 판매도 안 되니, 이곳저곳 기웃거리다 보면 예쁜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일본에서 사 왔다는 미니 노트가 탐이나 구매를 결정했는데 가격이 너무 착했습니다. 성공적인 첫 구매를 하고 또 다른 곳에서 안면이 있는 작가와 가벼운 인사도 나눕니다. 두 번째로 산 건 바로 옆자리 작가님의 스티커를 샀습니다. 만만한 지출은 진짜로 그림이 좋아서 사는 경우보다 인사가 하고 싶어 구매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는 그림이 진짜 예뻤습니다. 요즘 스티커 욕심이 좀 늘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기분이 좋아지는 엽서 한 장을 구매했습니다. 초록의 숲속에 빨간 자동차의 사진인데 작가님의 사진 센스와 색감에 기분이 좋아지는 엽서였습니다. 어디서 찍었는지 이야기를 듣긴 했는데 그런 것이 중요하지는 않았습니다. 자리로 돌아와 본격적으로 판매를 좀 해볼까 해도 손님의 기준은 높기만 했습니다. 다행히도 하루 동안 준비한 부끄노블이 제법 판매고를 올려주었습니다. 은근 완판을 기대했지만 만들어간 11개 중 2개를 가지고 돌아왔습니다. 이 정도면 성공입니다. 수잔의 느러지인다는 대 성공을, 유야의 유언집과 효미의 sweet and low는 관심을 끄는 것에는 성공을 했지만 사람들의 지갑까지 여는 건 쉽지않아 안타까웠습니다. 그래도 제로는 아니라 다행입니다. 불시착1.5는 겨우 2권을 판매했습니다. 다행히도 책방에서 3권을 팔았으니 선방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마켓에서는 셀러는 쉽지 않네요. 다음생은 부디 바이어가 되어 사고싶은 거 몽땅사서 셀러들을 기쁘게 만들어 주고 싶습니다. 오늘은 판매가 아쉬워 양심적 구매도 하지 못했습니다. 대신 돌아오는 길에 기분좋은 메모지 두개를 샀습니다. 그 메모지의 이름은 <수고했어 오늘도>, <다 잘될거야> 였습니다. <수고 했어 오늘도>는 내가, <다 잘될거야>는 유야에게 주었습니다. 오늘도 수고했습니다. 다 잘된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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