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508WED



지난해 연지초 사서 선생님의 의지 하나로 초등학생 3, 4, 5학년의 정예 말썽꾸러기 요원들과 8주 책 만들기를 했다. 20명 각자의 이름으로 책이 만들어졌고, 도서관 리뉴얼 오픈식에 맞춰 아이들의 출판기념행사를 했다. 난 정식으로 초청을 받았지만, 어딘가 부끄러워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그 후 1년이 지났다. 아이들과 책 만들기는 다시 한번 진행하기로 했다. 역시 8주. 오늘이 첫날이다. 아이들의 에너지와 맞서기 위해 나에게 필요한 것은 철저한 준비가 아니라 완벽한 휴식이었다. 작년과 같이 한 시간 정도 여유를 갖고 학교 주변 카페에서 휴식을 취했다. UFC링 같은 교실 앞에서 어떤 의식을 갖추기도 전에 빨려 들어간 느낌이었다. 그것은 아이들의 엄청난 에너지였다고 밖에 표현할 방법이 없었다.


책방으로 돌아왔다. 손님은 예상대로 없었다. 그 덕에 빨린 기를 보충할 수 있었다. 김은지가 왔고, 난 라면을 끓여줬다. 은지는 맛있게 먹고 주방으로 들어와 설거지까지 했다. 난 말리지 않았다. 지구불시착에 오는 손님으로 주방에 들어올 수 있는 자격이 있다면 은지는 당연히 특권층일 것이다. 은지는 책 두 권을 사고, 가방을 사고, 오렌지를 먹고, 국제도서전에 지구불시착 추천을 해주고, 이야기를 들어주고, 도도봉봉 시 낭송회 웹자보 포스터를 만들어 주라고 했다. 우리는 인스타 라이브 방송도 했다.


성은이 새벽 감성 1집이란 스티커가 붙어있는 고양이 밥 한 봉지를 주고 갔다. 난 이 한 봉지로 고양이를 어떻게 끌어들일지 진지하게 고민한다. 그사이 아이스커피의 얼음이 다 녹아버렸다.


은지가 돌아간 이후 손님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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