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7월 2일
제주시 황사평길 65 리버힐 101동 103호
우체국을 향해 뛴다
가게를 열어 둔 채
나는 달리고 있다
얼마 못 가서
정강이로 무게가 쏠리고
발목이 견디기 어려울 때
문뜩 시를 쓰고 말겠다는 심리
호흡이 가빠지고
다리에 힘이 풀려도
조금만 힘을 내
난 시를 쓸 거야
하지만, 더는 달리지 못하고
우체국은 점점 멀어진다
가게는 손님이 기다릴지도 모르고
다리는 달리지도 못하고
심장은 시도 못 쓰고
우체국에서 관제엽서에 시를 쓴다
중요한 문장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쿵쾅거리는 심장이 집어삼킨 것일까
아무도 없는 가게에서 기다리는 손님의 저주 때문인가
결국 시를 다 쓰지 못한 채 엽서를 봉하고
느린 말투로
"가장 빠른 것으로 해주세요”
무표정한 주무관은 빠르게 답한다
“제주도는 좀 더 걸립니다”
나는 다시 가게를 향해 달리려다
손님이 기다리건 말건
더는 달리지 못했다
2019년 7월 5일
제주시 황사평길 65 리버힐 101동 103호
샤워를 마치고 편지 봉투를 연 석희는
편지를 꺼내어 몇 줄 안 되는 글을 읽다 말고
맥주를 딴다
리모컨으로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며
편지는 까맣게 잊어버린다
맥주 밑에 깔린 편지는
물기에 젖어 번지는데
그것은 시인지 시가 아닌지
쏟아지는 빗줄기, 버거움에 휘청거리며
고개 숙인 늙은 화초처럼
커피 한 모금에 고개를 묻고
연필을 노려본다
기어코 시를 쓰겠다는 심리
비는 내리는데
무릎은 시려오고
손님은 오지 않고
연필은 제 할 일을 못 한다
하얀 종이의 단단함 위에
역류성 식도염
한 줄 시만 적어놓고
빨대만 우그적 우그적
illru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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