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류성 식도염
일곱 살 꼬마는 대뜸
역류성 식도염이라 커피를 마실 수 없다고 했다
나도 그렇다고 했다
하지만 내 손엔 커피가 있었다
꼬마는 엄마의 심부름이라며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스무 살 석희는 헤어진 애인이 역류성 식도염이 됐다고 한다
그래서 과자를 먹을 수 없다고 했다
내 손에 새우깡을 한참을 노려보며 자꾸만 생각난다고 했다
애인? 하고 물으니 새우깡이 생각난다며 남은 새우깡을 들고 가버렸다
나의 고민은 역류성 식도염이었다
식도를 타고 오르는 격렬함은 얼굴에 깊은 주름을 만든다
그런데도 커피를 그만둘 수 없고 과자를 멈출 수 없다
그것은 잊을 만하면 찾아왔다
어느 밤
역류성 식도염의 고민도 알았다
고민은 나였다
역류성 식도염은 커피와 과자를 싫어한다
하지만 나의 손엔 커피와 과자가 끊이지 않았다
역류성 식도염이 흥분할 때마다
나는 얼굴에 또 하나의 깊은 주름을 만든다
마지막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가던 그날 밤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
정류장을 지나치려 할 때
나를 깨워준 건 역류성 식도염이었다
목구멍을 긁는 듯한 통증을 느끼며
버스에서 내렸다
내 안에 역류성 식도염을 위해
주머니 속 초콜릿을 꺼내어 벤치에 올려놓았다
청결한 위장 모양의 달이 훤하게 비추고 있었다
illru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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