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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불시착 김택수 Sep 17. 2019

너의 손

by 감성옥장판

키에 비해 유난히 큰 너의 손

드문드문 상처도 있고 투박하기도 한 너의 손이

나는 참 좋아



첫 만남에 갈비찜을 먹기 좋게 가위로 잘라서 내 그릇에 소복하게 담아주던,


한 시간여를 헤매다가 돌아가는 길에 지칠 대로 지쳐버린 나의 손을   툭  부여잡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언덕길을 올라가던,


내리막길에 미끄러질까 지레 겁먹은 내게 뒤돌아서서 무심한 듯 내밀던,


사람들과 떨어져 있는 틈을 타 걸어가면서 슬그머니

내 손을 부여잡던,


여기 어때요? 좋죠?라고 물으며 내 손을 꽉 잡고 제일 예쁜 공간으로 이끌던,


이 길 너무 분위기가 좋아요. 라면서 나를 너에게로 훅 잡아끌던,


신나서 조잘조잘 떠들고 있던 내게 처음이자 갑작스러운 키스를 퍼붓는 내내

나의 얼굴을 소중한 듯, 긴장한 듯 감싸고 있던,


중심 못 잡고 잘 넘어지는 나의 허리를 감싸 안아주는,


길거리를 걸으면서 사람들과 부딪힐까 너의 쪽으로 끌어당기는,


나의 배를 베개 삼아 누워 잠들고도 놓치지 않고 내 손을 꼭 잡고 있던,


자다가도 떨어져 있는 나를 이끌어 팔 베개를 만들어서 따뜻하게 안아주는,


좋아한다는 말 잊지 않고 멀리서부터 고구마며 복숭아며 한가득 가지고 왔던,


숲 속에서 앞서가며 가시를 쳐내며 길을 만들어주고 벌레도 쫓아주던,


좋아하는 일을 하는 거긴 하지만 위험한 탓에 자꾸만 상처가 늘어나는,


언제나 잡고 싶고 언제 잡아도 따뜻하고 두근두근 설레고

그래서 찌릿찌릿, 심장이 쿵! 하고 떨어질 것처럼 만드는,


앞으로 얼마나 행복하고 또 서운하기도 한 기억을 만들어줄까 

궁금하고 기대하게 만드는,



키에 비해 크고 투박한 드문드문 상처가 있는

너의 손이 나는 너무 좋아.



by 감성옥장판

instagram @p.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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