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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불시착 김택수 Feb 11. 2020

앰버이야기 1

by Amber

 A 라는 철자의 adorableness.

 그래서 내 영어 이름은 Amy인데 왜인지 Amy라는 이름으로 글을 쓰려니 나 자신의 진솔하고 사실적인 얘기를 써야 할 것만 같아서 또는 쓰게 될 것 같아서 두려워졌다. 그래서 Anne, e가 있는 Anne이 유리문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게 캐시 모리스라는 가상의 이름을 붙여서 하고 싶은 말은 뭐든지 했던 것처럼 나에게도 새로운 제3의 아니 제4의 이름을 붙여주기로 했는데, 그래서 생각해낸 이름이 Amber. 아기 사슴 밤비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고 인스타에서 봤던 어떤 미국에 사는 한국 언니 Amber가 부러웠던 적이 있고, 보이시한 fx Amber도 난 좋았고, 단연코 가장 절대적인 이유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알파벳 A로 시작해서. 

내 상상력의 뮤즈인 Anne 조차도 A로 시작하는 이름을 가지고 있으며 나의 천주교 세례명도 Anna이다.

내 얘기는 하고 싶지 않아서 시작한 이야기는 결국 다 나의 이야기가 되었네.  





 내가 항상 글을 쓰려고, 아니 어떤 생각들을 문장으로 기록해놓으려고 컴퓨터를 켜고 자리에 앉게 되는 시간은 늘 새벽 1시에서 2시 사이.

이 시간에 깨어있는 사람들이 수없이 많겠지만 적어도 이 집에서만은 이 시간에 깨어있는 사람이 나 혼자니까 혼자만의 시공간을 온전히 누리는 느낌이 좋기도 하고 화상수업 조명으로 쓰려고 새로 산 플로어 램프를 제대로 느낌 내며 사용할 수 있는 좋은 기회.

램프 등 아래서 타닥타닥 키보드 소리도 너무 로맨틱하다. 유브 갓 메일, 아날로그 갬성.   

유튜브로 뉴욕 재즈까지 틀어놓으면 기똥찬 삼박자. (오늘은 틀지 않았지만 조만간 해봐야지)

아니 근데 누가 이런 글을 읽고 재밌다고 할까.

내일이 되어서 내가 읽으면 재밌다는 생각이 들까.

왓에버.

동물은 죽으면 가죽을 남기고 인간은 이름을 남긴다고.

묘비라도 있어야 이름이 남을 텐데.

나는 책을 한 권 남겨야지. 책의 이야기 속에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없는 곳에다가 내 이름을 여러 사람의 이름 속에 숨겨놓고 이 작가의 진짜 이름이 무엇일지 맞춰보게 해야지.

지구에 불시착한 나라는 사람이 있었다는 증명을 꼭꼭 숨기더라도 남겨는 놓아야지.





 남편이 나보고 유튜브를 찍어서 돈을 많이 벌자고했다.

옆에 있던 동생은 그래 언니, 키즈 콘텐츠는 아직 블루오션이 남았다더라, 언니는 영어가 되니까 해봐요~ 그랬다.

점심때 컵라면을 사러 밖에 잠깐 나갔다가 문득 아. 나는 지은 죄가 많아서 안 되겠다. 누군가 내 과거를 캐고, 악플을 달아서 내 앞길을 막으면 나는 성공의 ㅅ도 못 그려보고 망하겠구나.

죽은 듯이 살자. 까불지 말고.

그래서 나에게는 여러 개의 이름이, 나를 나인 줄 알아보지 못하게 할 이름들이 필요한 것 일지도 모른다. 

나처럼 평범하고 어리숙하게 생긴 사람이 무슨 어마어마한 죄를 지었다고 얼굴 팔리는 일을 못하겠다는 거냐고. 생각하는 당신에게는 말하지 않을 생각이다. 그건 사순시기에 신부님께 고해성사를 하고 내 마음이 훨훨 가벼워져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을 생각이다. 

물론 나는 살인을 하거나 강간 또는 낙태를 하거나 사회적으로 파렴치한 죄를 지을 만한 간 큰 인간은 못되지마는, 내 양심에는 아직 뽑지 못한 못이 몇 개 있는 느낌이다. 그 낡은 못 들을 하나씩 뽑고 나면 얼마나 자유로울까. 

못.

결국 하늘에 계신 나의 아버지의 손과 발에 박힌 그 못은 내가 박은 것이었구나. 어서 뽑아드려야지.







새벽 세시가 되었다.

Amber라는 필명이 좀 효과가 있는 것 같다.

.

내일 오후 세시가 되었고 나는 이 글을 보내기로 마음먹는다.



by Amber

instagram @shine_hime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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