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민
예쁘고 소중한 것들
응달 아래 누워있었다
사지를 찢어 손을 뻗는 사람은
모든 게 아깝다고 했다
나는 여전히 누워있고 곁으로 굴러가는 모래알조차 아까워
응달 아래 나는 무야 뿌리가 없는 무
발바닥이 간지럽던 날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화를 했다
언니의 말은 내 머리를 돌고 돌다 폐를 지나 아래로 하강 다리를 건너 다시 위로 돌아왔다
어떤 말은 평생 동안 기억할 수 있을 것 같다
응달 아래 나는
사랑하는 그 말을 내려두고 앉았다
여긴 흙이 곱고 바람에 쓸려 떠밀리는 것들은 언젠가 다시 돌아온다
예쁘고 소중한 사람 모래알만큼 아까웠다
내 사지는 연약해 끊임없이 팔을 뻗기엔 딱딱하게 굳어가 세월은 거스를 수 없겠지
곁에 누운 당신들을 언제언제까지나 붙잡고 있을 순 없을까 세상은 나보다 커서 안을 수도 없을 텐데
내가 뱉는 어떤 말은 평생 동안 기억될 수 없을 것 같다
너도 나도 뿌리가 없지만 그래도 가끔 발바닥이 간지럽기도 하더라 덧붙일 말은 부족하다
모래알보다 작은 내가 이렇다 저렇다 아는 척하며 떠벌리기엔
가만히 누워 생각해보아야겠다 이야기를 부유하는 우리가 떠밀리는 우리가 무얼 더 깨달을 수 있을지 깨닫는 건 무슨 의미일지 흘러가는 말들을 굳이 손으로 잡지 않아도 가만히 흐르는 이야기 속에서 숨을 쉬는 법
생각해보아야겠다는 생각의 흐름 그 이상은 바라지 않고
아무 일 없는 오후에
눅눅하게 몸을 녹이며 할 수 있을 것
by 승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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