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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불시착 김택수 May 26. 2020

책은,

by 수혜

책만큼 수다스러운게 없다.


조용한 줄 알았는데 그 녀석을 펼치는


순간 우르르 쾅쾅 천둥번개가 친다.


367페이지동안 쉴새없이 떠든다.



도무지 내 말은 듣지도 않고 혼잣말만 계속 150페이지가 되도록 말하기도


한다. 덮어둬도 제목으로 말을 걸어오며 쉴새없이 나를 귀찮게 한다.



책은 나를 집어 삼키고 책은 빽빽한 내


머릿속으로 비집고 들어 와서 둥지를 튼다.



책은 어느덧 내 몸이 되어 버렸다.



나뭇가지에 새가 날아왔다.


새는 나뭇가지에 제 몸을 맡긴다.



책이 된 내 몸이 나무인 줄 알고


새가 날아왔다. 어디선가 들려 주었던


쉴새없이 떠들던 혼잣말로


익숙한 언어로 지저귀며 노래한다.



나의 책이 무음으로 새가 되어 날아간다.


내가 사랑하는 그들에게로 가서


둥지를 틀고 나에게 하던 것처럼


세상 어디에도


없는 노래를 불러 다오,



사랑하는 그들만 알아 듣는 생경스런


소리로 안아주고, 재워주렴.




by 수혜

instagram @sukyung.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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