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극장 문화가 못 내 안타까운 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영수증처럼 발행되는 티켓은 영화 감성을 무자비하게 말살해 버렸다고 주장하고 싶다. 영화관과 학교 앞, 사람이 몰리는 곳에서 배포하던 영화 카드가 사라진 것도 못 내 아쉽다. 손바닥만 한 영화 카드는 그야말로 영화 굿즈의 원조 격으로 뒷면에는 캘린더, 지하철 노선도와 영화 상영 시간이 나와 있다. 특히 새 서울극장의 영화 카드는 독보적으로 제작되어 명성을 얻기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에게는 수백 장의 카드가 있었는데 영화 카드를 방바닥에 쭉 펼쳐두고 좋아하는 배우가 나온 것과 디자인이 좋은 것을 마음대로 랭킹을 정하던 시절이 있었다. 백 투 더 퓨쳐와 인디아나 존스는 가장 좋아했던 영화로 분류했고 칵테일 탑건 코브라 오버더 톱 같은 잘생긴 톱스타의 카드, 성룡을 대표하는 중화권 스타들의 카드로 분류했다. 그리고 스프레쉬나 블루 라군 같은 여성의 몸매가 드러나는 카드를 특별관리하기도 했었다. 영화 카드를 수집하는 취미는 나 말고도 여럿 있었는데 희귀본 카드를 구하면 과시도 했고 남이 그런 카드를 자랑하면 부러워하기도 했었다. 서로의 카드를 교환하기도 했는데 이 친구들은 대개 공부라든가 연애라든가 깡패 놀이라든가 하는 일반적 세계관으로는 감 잡을 수 없는 부류들이었다.
얼마 전 프로파간다에서 90년대 영화 카드 대전집이라는 아카이브 북을 30,000원이라는 고가로 선보였다. 얼핏 만 봐도 추억이 새록새록 해진다. 지금 어디에 두었는지, 버렸는지조차도 기억이 없는 물건이다. 어머니는 나에게 그런 건 모았다가 뭐에 쓰냐며 핀잔을 아끼지 않았었다. 그 핀잔을 견디며 묵묵히 모았던 영화 카드를 모았다. 지금에 와 생각해보면 독립출판 시장의 미래를 엿보았던 건 아니었을까.
illruwa2
instagram @illruwa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