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추도식
아마도 이맘때로 기억한다. 추석이 지나고 신병 그림 따까리로 정신이 없을 때였으니까.
선임이 자는 날 깨우더니 술 한잔 하자는 것이다. 난 술도 못하는데.
선임은 눈시울을 붉히며 사망한 프레디 머큐리에 대해 이야기했고 자신이 퀸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어떻게 알게 됐는지에 관해 이야기 했다. 그는 주로 말했고, 마셨고, 울고, 나는 듣고, 끄덕이고, 가끔 안다고 했다. 제대를 앞둔 선임과 제대 날짜만큼 군 생활한 나는 새벽 별을 바라보았다. 에이즈로 세상을 떠난
프레디 머큐리에 대한 특별한 추도식이었다.
그 후 선임과 난 그다지 얽히는 일이 많지 않았다. 그는 그다지 말이 많은 타입은 아니었고 나도 나대로
졸병의 역할이 있었으니 그의 제대 후 서로 만나는 일도 없었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500만을 넘었다고 한다.
과거, 자전거를 타고 개포동에서 신사동까지 언제나 퀸이였다. 특히 DON'T STOP ME NOW는 자전거, SOMEBODY TO LOVE는 비오는 날 좋아했다. 지금 상영 중인 보헤미안 랩소디가 너무 보고 싶다.
사실 지난주 와이프와 보기로 했지만, 몸 상태가 안 좋아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나는 영화 보기를
좋아하지만 언젠가부터는 컴퓨터로 보게 됐고 이제는 주로 컴퓨터로 혼자 보는 일이 많아졌다.
영화가 아무리 재미있어서 몰입하더라도 아내와 공유하며 재미가 배가 되는 시간을 가질 수 없다.
다시 말하면 우린 함께 영화 보던 시절이 있었다.
함께 영화를 보면 자연스럽게 영화 이야기를 공유하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함께 하지 않으니 무슨
이야기든 오래가지 못한다. 아내는 벌써 이런 현상을 자연스런 중년 부부의 몫으로 정해 놓은 듯하다.
그런 의미에서 보헤미안 랩소디는 꼭 아내와 봐야겠다. 그날의 추도식처럼 아내와 둘만이 기억할 수 있는 특별한 장면을 만들고 싶다.
illru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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