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화분은 홍콩야자.
어린 화분 하나를 사 오면서 이 나무의 미래는 생각해 보지 않았다. 식물은 금방 죽는 생물이라 생각했었다. 기분 전환으로 가끔 사다 놓아두기도 했지만 어느 때곤 시들해지기 마련이었다. 빠르면 1주일 오래가면 1달 안에 죽었다. 말라 죽거나, 물을 너무 많이 줘 죽었다. 화분을 선택하는 기준은 자연스럽게 싸거나 자생력이 강하거나였다. 봄날 누구나 한번 쯤은 화분을 생각할 것이다. 나도 그렇게 작은 화분 하나를 샀다. 홍콩 야자나무였다. 3000원. 통풍이 잘되는 곳. 적당한 햇빛. 추위에 약함. 이 정도의 지식을 주워듣고
주황색 고무 화분에 한 줄기 어린 나무를 들고 책방으로 돌아와 빛이 잘 드는 창가 자리에 놓았다. 완벽한 자리였다. 겨우 3000원의 어린 초록이 답답한 책방 분위기 반전을 가져왔다.
나무는 무럭무럭 자랐다. 어린나무는 여름이 지나고 가을을 지나 상수관 동파가 될 정도의 매서운 추위도 이겨냈다. 정말 고마웠다. 예뻤다. 식물을 키우는 느낌을 알게 해 주었다. 나뭇잎은 7~9개 하나하나 정성을 다해 닦아주는 기쁨도 주었다. 새잎이 날 때마다 기뻤다. 책방은 물론 내 마음의 오아시스 같은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한 해가 지나고 키가 커진 나무에 분갈이하며 지구불시착과 끝까지 함께 하자고 다짐했었다.
출근하면 제일 먼저 나무에 가 새잎이 혹시 올라왔는지 변화를 확인한 것도 여러 번 있었다.
그런 나무를 오늘
어느 인간이 가져가 버렸다.
화가 난다. 너무 화난다.
illru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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