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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불시착 김택수 Jan 30. 2019

무사히 할아버지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by 유야

'사회생활이 원래 그래'


  최근 몇년사이 이 쓸데없고도 말도 안되는 말을 수없이 들어온 것 같습니다. 오늘은 이 말이 유독 아프게들렸습니다.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듣는 이 말은 항상 그려러니 하고 받아들입니다만,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 말을 건넬 때는 마음이 조금 아픕니다. 오늘은 사랑하는 사람이 아닌, 그냥 어떤 사람에게 들었습니다. 평소에는 그저 웃으면서 넘길 수 있을 말이었는 데, 오늘은 웃음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표정은 굳어지고 그 사람의 미간마저 볼 수 없어, 고개를 돌려야 했습니다. 엘레베이터에서 단 둘이 그 말을 들어야할 때, 정말 괴로운 순간이었습니다. 그 말을 듣고 얼굴이 굳어지고, 얼굴이 굳어졌다는 이유로 들을 필요없는 말들을 들었습니다. 화가 나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저는 가끔씩 아주 잔인한 생각을 합니다. 김혜진의 소설 '딸에 대하여'에서 엄마는 딸의 애인을 아주 싫어합니다. 엄마는 '그녀의 머리를 벽에 짓이겨버리고' 싶은 상상을 합니다. 저도 가끔씩 비슷한 상상들을 합니다. 오늘도 그런 상상들을 한것 같습니다. 안 좋기도 하고 불필요하기만한 상상입니다.


  나이로 인한, 직급으로 인한, 경력으로 인한 어쩔수 없이 생겨나는 계급. 저는 경멸합니다만, '사회생활이 원래 그래' 속의 사회란건 그런 것인가 봅니다. 아무래도 저는 집단에 있기에는 사회화가 부족한 사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회사생활은 조금 힘들 것 같습니다. 안타깝지만 사회가 어쩔 수 없듯이, 저도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습니다. 



  요즘 무사히 할아버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합니다. 저는 당장의 아저씨도 걱정입니다. 프랑스어학과에 다니는 친구는 술에 취하면, 우리는 모두 아줌마, 아저씨 라는 말을 자주 했습니다. 아기씨가 있으면 아저씨, 뭐 그런 얼턱없는 어원에 관한 말이었습니다. 하여튼, 저는 좋은 할아버지가 되고 싶은 데, 좋은 아저씨 부터가 걱정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아저씨(ex 김택수 작가)도 있지만 싫어하는 아저씨가 거의 대부분입니다. 제가 싫어하는 아저씨와 같은 모습을 제가 습득하게 되는 것은 정말이지 걱정되는 일입니다. 무사히 지금 제가 좋아하는 아저씨가 되고, 할아버지가 되고 싶습니다.


  박준의 산문집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에는 우리가 건네는 '말'에 관한 문장이 나옵니다. "나는 타인에게 별생각 없이 건넨 말이 내가 그들에게 남긴 유언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인용해서 지금은 조금 희석되어버린 문장입니다. 앞에 글과는 조금 무관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저는 이 말을 참 좋아합니다.





  모두들 무사히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유야 

인스타 @yooya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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