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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불시착 김택수 Jan 30. 2019

지금 난 무엇을 하면 좋을까요?

   나에겐 슬럼프에 빠질 때마다 생각나는 일화가 있습니다. 친구와 下北沢시모키타자와를 걸으며 한 이야기입니다. 가을이었고 지브리 애니메이션에나 나오는 구름이 떠 있었습니다. 그 친구는 키가 크고 패션 센스가 있었고 그림을 잘 그리고 노래를 잘했습니다. 특히 玉置浩二타마키코우지의 노래를 잘 불렀습니다. 감성적이고 짝사랑을 하고 있었고, 머리가 좋고 말을 잘했습니다. 다정하며 보살필 줄 알고, 재능이 많았습니다. 약간은 이기적이었죠. 그에 비해 난 모두 반대로 키 작고 마르고 다정하지 못하고 보살필 줄 모르고, 옷 입는 센쓰도 없고 노래를 특히 못 했습니다. 친구는 모든 면에서 나보다 월등했고 우린 늘 같이 다녔습니다. 친구는 짝사랑에 나를 이용하는 듯한 느낌도 있었지만 난 그런 역할을 충분히 잘했습니다. 그날도 친구의 짝사랑 상대를 만나는 날이었습니다. 친구가 하늘을 보며 말했습니다. 

-하늘이 왜 이쁜 줄 알아?-

난 대답을 못 했습니다.

-구름이 있기 때문이지. 세상은 왜 예쁜 줄 알아? 그림자가 있기 때문이고.-

이어서 친구는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다고 했습니다.

아마 그 말이 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난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사랑에는 이유가 없다고 아마 그렇게 반박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속으로.











아마도 우린 노래방에 갔겠고 친구는 노래를 잘하고, 난 노래를 못하는 역할을 했을 테며, 이후 식사를 했을 테고, 그는 다정하고 보살필 줄 아는 역할을 하고, 난 그렇지 못하는 역할을 했을 것입니다. 그날 많은 것을 기억하지 못하지만,  가을 하늘, 下北沢시모키타자와의 빛과 그림자들 그리고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다라는 ... ... '것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나의 슬럼프는 모든 것에 대한 이유를 모르기에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여전히 다정하지 못하고 보살필 줄 모르고 센쓰도 없고 노래도 못합니다. 아직도 나는 모르는 것이 너무 많습니다.


지금 난 무엇을 하면 좋을까요?

모르겠습니다.



by illruwa

instagram  @illruwa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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