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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불시착 김택수 Jan 31. 2019

비오는 겨울

by 김히키

2017.11.21


 그토록 원하던 나만의 작업실을 갖춰 두었지만, 혼자 집에 있는 것이 싫고, 책만 집어들면 잠이 들기 일쑤이며, 써두고 싶은 심경들은 있으나 그것을 위하여 나 자신에게 솔직해져야 하는 것이 성가시다. 

나에게 의무적으로 공부해야 하는 시간은 세 시간뿐인데, 도대체 왜 이 늦은 밤이 되고 나면 다 읽지 못한 책을 붙들고 '도무지 시간이 나지 않는다.'는 변명을 늘어놓고 싶은것일까. 나는 밤이 되면 미드를 보며 잠들고, 아침엔 알람을 열 번씩 끄며 기어이 열시까지 누워 잠을 자곤 한다.

나는 힘든 세상을 떠나온 것이 분명하다. '주머니에 돈이 있으니 써야지.' 나의 소비생활은 계획적이지 못하다. 언젠가 진정한 빈곤을 깨닳았을때 쯤 지금 이 계산적이지 못함을 후회할런지 모르지만, 정말이지 신경쓰고 싶지 않다.  (당분간 신경쓰지 않아도 살 수 있는 형편에 너무나 감사한다.)


모네는 모네의 그림을 그리고, 피카소는 피카소의 그림을 그리고, 고흐는 고흐의 그림을 그리고, 상뻬는 상뻬의 그림을 그린다. 상뻬가 화려한 색상의 유성물감을 사용하여 컨버스를 빼곡히 채우지 않고, 종이 위에 연필과 펜으로 넉넉한 여백을 남겨 두었다 하여도 나는 그의 그림이 좋다. 다른 그림들 못지 않게 아름답다 여길 것이며, 다른 어떤 화가의 그림보다도 사랑스럽게 느낄 것이다. 나는 그가 주로 연필과 펜과 종이, 종종 수채 물감으로 그림을 그린다는 것이 좋다. 그의 그림이, 그 아름다움이 곧 내게 닿을 수 있을 것 처럼 가깝고 정답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종이, 펜이라면 나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그는 표현하고, 끝내 표현하고야 만다. 나는 그 게 너무나 멋진 일이라고 생각한다.


원래부터 가진 것, 다른 사람들 모두 가진 것, 기본적인 것, 자랑할 것도 없이 평범한 것들로부터- 그 만의 것, 다른 이에게는 없는 것, 특별한 것, 많은 이의 시선을 끄는 놀라운 것이 창조된다는 것이 아주 희망적이고 아름답게 느껴진다.





by 김히키

instargam  @helloh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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