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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불시착 김택수 Feb 01. 2019

나는 그런 사람입니다

푸딩클럽 메거진


  어제는 푸딩클럽 메거진을 만들었습니다. 버스 타고 출근하는 길에 생각하고 오전 시간에 편집했습니다.

나는 이것이 계획이었는지 충동적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간 반엔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반성이 대부분이고 회의적이었고 반복된 질문과 핑계를 만들었습니다. 시마다 준이치로처럼 문학을 알지 못하면서, 우직하지 못하고, 좋아하는 것도 모르면서, 책을 만드는 일을 이렇게 우습게 해치우는 것에 대한 문제였습니다. 나는 걱정이 많은 그런 사람입니다. 답을 내놓을 줄 모르는 사람입니다. 그런 일들로 어젯밤은 정말로 길었습니다. 






  왁스 입힌 붉은 실을 가위로 끊을 때, 다시 말해 책이 완성되는 순간은 말도 못 하게 기뻤습니다.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 를 연발했습니다. 그리고 문제를 알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첫 번째 문제는 푸딩클럽 회원들의 글을 이런 식으로 판매해도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글을 쓰신 분들에게 원고료를 드리면 해결되는 쉬운 일이지만 난 그럴만한 여유가 없는 현실입니다. 두 번째는 책의 완성도에 있어 언제나 낮은 곳에 머물러 있다는 것입니다. 눈높이를 올리지 못하고 그 이상의 일을 귀찮다는 핑계로 포장하지만, 사실은 자신이 없습니다. 세 번째가 가장 큰 문제입니다. 어떤 일을 하더라도 엉성하게 시작합니다. 그리고 엉성함을 해결할 능력이 없습니다. 시작부터 준비를 단단히 하고 설계가 있었다면 첫 번째와 두 번째 같은 문제도 없었을 것입니다. 잘 알고 있습니다.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나는 그런 사람입니다. 오늘 아침엔 머리를 감으면서 뭐 아무렴 어때! 라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그런 사람입니다. 하루에도 열두 번 바뀌는 사람입니다.





by illru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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