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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불시착 김택수 Apr 13. 2019

"감기 좋아해요"라며

 


 독감입니다.

 병원에 갔고 주사를 먹고 약을 먹고 있습니다. 기침을 많이 해서 복부에 근육통이 생겼습니다. 가래 때문에 호흡이 짧아지고 자꾸만 힝~하며 한숨을 내쉽니다. 숨을 내쉴 때마다 에너지가 빠져나가 서 있기가 힘듭니다. 귓가가 몽롱해서 사람들의 이야기가 잘 들리지 않습니다. 약간 넋이 나간 듯 앉아있습니다. 입맛은 완전히 멀어져 뭘 먹고 싶지도 않고 먹더라도 맛이란 걸 알기 어렵습니다. 밥은 약을 먹기 위해 먹습니다. 나는 약 기운이란 걸 아주 좋아합니다. 약 기운이란 것은 의식을 몰아내고 기력을 무력화하여 멍한 상태를 유지시켜줍니다. 나는 이 상태가 좋습니다. 사람들이 걱정해주는 것도 감기의 장점 중 하나입니다. 아프지 말라던가 안색이 안 좋으니 좀 쉬라는 권유가 좋습니다. 감기가 주는 고된 노동의 면제라는 것도 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만 있어도 뭐라 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도 효과적입니다. 얼굴을 조금이라도 가려야 한다면 마스크만 한 것이 없습니다. 순백의 마스크가 외모에 주는 영향은 스타일을 위해 굳이 값비싼 명품이 필요하냐는 생각마저 들도록 합니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장점으로 나는 아프면 착해지곤 합니다. 어떤 사람은 아프면 신경이 예민해저 화를 내고 주변 사람을 괴롭히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나는 그렇지 않습니다. 

 어린 시절 나는 병약한 아이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음식을 가리고 잘 먹지 않아서 마르고 작은 아이였습니다. 감기에 자주 걸리고 지독한 몸살과 구토를 반복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감기가 떨어질 때면 냉면이 그렇게 먹고 싶었습니다. 가족들은 내가 냉면이 먹고 싶으니 일부러 꾀병을 내는 게 아니냐고 하기도 했습니다. 냉면을 사주고 안색이 돌아오면 안도했다고 어머니는 말씀하십니다. 지금도 약간 냉면이 먹고싶기도 합니다. 이제 곧 감기가 멀어질 때가 된것 같습니다. 

언제부터인가 난 감기에 잘 걸리지 않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딱히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어쩌다 감기에 걸리면 이런저런 좋은 점들을 거짓말인 것처럼 만들어 이야기 합니다.  "감기 좋아해요"라며






illru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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