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숲길

그림여행_강원도 평창①

by mihwa

2박 3일 일정으로 다녀온 이번 강원도 평창의 첫 번째 일정은 월정사에서의 템플스테이였다. 사찰이라는 장소가 어색하긴 하지만 그 곳이 주는 고요함과 평온함을 느껴보고 싶었다. 보통의 조용함과는 다른, 깊은 무엇이 있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월정사 앞에 있다는 천년 된 전나무숲길을 걸어보고 싶었다. 우연히 인터넷에서 보게 된 '천년을 버틴 숲'이라는 문구와 아름답게 펼쳐진 전나무 숲길의 사진들 때문이었다. 천년의 세월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깊은 위로를 줄 것만 같았고 그 곳을 걷는 것 자체로 편안해질 것만 같았다.

할머니 두 분의 투닥거리시는 버스안에서의 소리가 정감 어린 시골의 모습인 것 만 같아 오히려 마음이 따뜻해졌다.

동서울 터미널에서 3시간가량을 달려 진부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하면 1시간에 한대씩 운행한다는 로컬버스를 탈 수 있다. 마침 운 좋게도 내리자마자 막 출발하려는 버스를 탈 수 있어서 기다리지 않고 갈 수 있었다. 뒷자리에 앉으신 할머니 두 분의 아웅다웅 투닥거리시는 소리를 들으며 20여분 정도를 달리자 월정사에 도착했다.


월정사에 도착할 때 즈음부터 후두둑 비가 한두 방울 내리기 시작하더니 도착하니 우산이 없으면 다니기 힘들 만큼 쏟아지기 시작했다. 처음 와보는 템플스테이에 비라니 이 무슨 일인가 싶기도 했지만 오히려 비가 오니 숲 내음은 짙어졌고 비를 머금어 차가워진 산 속의 공기는 가슴속을 시원하게 만들어주었다.


도착하자마자 짐을 맡기고 가보고 싶었던 전나무 숲길을 걷기 시작했다. 비가 와서 그런지 사람들도 그다지 많지 않아 여유롭게 산책을 즐길수 있었다.

오다 말다를 반복하던 비는 전나무의 향을 더 짙게 만들었고 빗방울에 흔들리는 나뭇가지 소리는 어떤 음악보다도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얼마의 시간 동안 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걸까. 기둥에 나있는 수많은 상처와 모진 비 바람에 혹은 다른 이유로 부러진 가지가 나로서는 가늠할 수 없는 세월을 말해주고 있다.


길을 걷다가 전나무에 앉아 지저귀고 있는 귀여운 새를 발견했다. 천년의 세월을 버텨낸 숲에 있어서 그런지 왠지 이 작은 새도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조금씩 내리던 비는 엄청난 양의 폭우로 변해 결국 숙소에서 꼼짝도 할 수 없었지만 그 덕분에 쏟아지는 비를 원 없이 바라볼 수 있었고 더운 여름인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시원한 바람 속에서 자연이 주는 여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었다.


월정사 입구에 위치한 카페에서 만난 꼬마아이, '공주'라고 씌여있는 머리핀을 꽂은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