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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hwa Sep 28. 2015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아

오늘 하루도 최선을 다해 열심히 쉬어보자

최선을 다해 열. 심. 히.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사람과의 관계이든, 일이든, 운동이든, 뭐든 열심히 최선을 다해야 그것이 쌓여 좋은 결과를 낳을 것이고 그렇게 사는 것이 잘 사는 혹은 잘 살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러한 열심은 열정이라는 말로 포장되어 스스로에게 조차 응당 지녀야 하는 가치로 인식되었고 조금이라도 게으름을 피웠다 생각되는 날이면 나도 모를 죄책감에 잠을 뒤척이기까지 했다.

 

열심히 살아가기 위해 스스로에게 엄격해졌고 그로 인한 마음의 스트레스는 많았지만 이렇게 사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에 그것이 스스로에게 주는 마음이 짐이라는 것을 자각하기는 쉽지 않았다.


어찌 보면 맞는 말이기도 하다. 뭐든 열심히, 최선을 다한다는 건 좋은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 '나의 행복'과는 (어쩌면)무관한, 사회적인 틀에 맞춰 설정되어진 어떠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만 열심히 살아가는 것과는 조금 다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라오스로 한 달의 배낭여행을 떠났었다. 떠나기 전까지도 여행은 노는 거야 라는 생각에 또 다른 게으름의 형태인 것만 같아 죄책감과 부담감이 없진 않았다. 하지만  '시간도 멈춰가는 나라'라는 라오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는 무언가에 홀린 듯 떠날  수밖에 없었다.


그곳은 다녀온 뒤 친구들에게 우스갯소리처럼 그렇게 아무 할 일없는 곳은 처음이라 했을 만큼 그저 해먹에 눕거나 레스토랑에 앉아서 아름다운 자연경관만 보면 되는 곳이었다.

그저 빈둥빈둥 그림을 그리거나 책을 읽거나 맥주를 마시며 해가 뜨고 지는 장면, 아름 다운 풍경을 바라보고

그러다가 심심하면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구경하면 되었다. 그   이상할 수 있는 것도 없고, 여행자인 내가 딱히 할 것도 없었다.

처음에는 그런 곳의 여행이 낯설고 적응이 안돼서  전전긍긍했다. 유적지란 유적지는 다 다니며 여행지에서의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 애썼지만 이것도 큰 도시에서나 할 수 있는 일이지 작은 도시에서는 그런 것도 없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거라곤 쉬는  일뿐이었다.


처음에는 뭐하는 거지, 이러려고 왔나 싶다가도 하루 이틀 지나자  아무것도 할 게 없는 그곳이 감사했다.

해가 지는 하늘의 아름다운 모습을 그렇게 정성 들여 바라본 적이 있나 싶었고 흔들거리는 해먹에 누워 바라본 하늘과 풍경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을 주었다. 밤하늘의 별을 두근거리며 기다렸고 그곳에서 만난 수많은 여행자들의 모습 속에서 최선을 다해 삶을 행복하고 즐겁게 살아가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해가 지는 라오스의 풍경
라오스의 풍경


라오스의 풍경

앞만 보며 달려가는 경주마 같은 모습의 내가 잠깐 멈춰 서서 하늘을, 산을, 강을, 사람을 바라보게 된 곳이었다.

왜 라오스를 '시간도 멈춰가는 나라'라고 표현하는지 알 것도 같았다.


눈앞에 보이는 결승선을 향해 전력 질주하는 단거리 달리기 선수처럼 달려가는 열심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긴 호흡을 가진 마라톤 선수처럼 길게 바라보고 자신의 페이스에 따라 어떤 때는 천천히, 어떤 때는 빠르게 조절하며 나아가는 것도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하나의 중요한 방법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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