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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hwa Jul 21. 2015

백일동안하루한장

그림여행

작년 이맘때쯤 시작했던 개인 프로젝트가 있다.

백일동안 하루한장씩 그림을 그려보자는

소소하지만 나름 거창한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유는

특별할 것도 없이 그냥.. 그림을 잘 그리고 싶어서였다.


그림그리는 일을 직업으로 하고 있으면서

잘 그리고 싶다는게 왠말이냐 싶을 수도 있지만

스스로의 한계에 부딪치는 시점이 있었고

나에게는 그 곳에 수채화라는 재료가 있었다.


어릴 때의 어떤 기억으로 인해

수채화 작업은 나에게는 큰 두려움이었고 나는 잘 하지 못하는, 잘 할 수없는 재료였다.

넘지 못할 산 같은 것이었다.


문득 마음 깊은 곳에 각인되어버린 이런 생각을 떨쳐내지 못하면

더이상의 발전은 커녕 이 정도로 머무를수 밖에 없을 것이란 생각에

되든 안되든그냥 무작정 그려보자 결심하고 그렇게 시작했다.


그때 부터 하루에 한장씩 백일 동안이었다.


물론 백일동안 하루에 한장씩 프로젝트를 마쳤다고(진짜 하루도 거르지 않았다.)

끝은 아니다. 지금도 계속 이런 드로잉들을 하고 있다.


프로젝트를 시작할때는 단순히 '그림을 잘 그리고 싶어.' 였지만

그 결과는 예상치 못한 많은 것들이 남았다.


백일동안 매일매일 그리고 나니 재료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짐은 물론이고

두려움으로 생긴 마음의 한계로 인해 하지 못하는 것들이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못그린다기보다 못그린다고 생각하는 마음이 문제였던거다.


그리고 매일매일 그리는 그림을 보며

'나는 이런걸 좋아하는 구나.' '나는 이런걸 바라보면서 사는구나.'하는

나에 대한 리스트를 얻게 되었다.


또 그림이 직업이기에 어느 순간 즐기기 보다는 일로 느껴져 힘들었던 때도 있었는데

그림그리는 것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었다.

내 마음이 성장하는 것과 같이 그림도 성장하는 것을 느끼게 되는 순간이어 였는지도 모른다.


그러면서 나는 그림여행을 떠나야겠다는 마음을 먹었고

떠나서 그림으로 소통해보고 싶다는 꿈도 꿀 수 있었다.


사실 이 곳에 글을 써야겠다 마음먹은 이유도 이것과 비슷하다.

그림을 오래 그렸기에 아직 글과는 그다지 친하지도 못하고

심지어 이미 책을 한번 낸 경험도 있지만 자신이 없다.

하지만 이 것도 지금 내가 느끼는 한계이고 두려움일 수도 있기에 도전해보고 싶다.


어떤 글들이 이곳에 담길 지는 모르겠지만

한 회 한 회 마음을 다해 써내려가다보면

어느 순간 글도 그림처럼 진짜 친해지는 때가 오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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