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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hwa Dec 18. 2015

마음의 온도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누군가

 혼자 일을 하다 보면 문득 세상에 나만 남겨진 것 같은 이상한 고립감, 외로움이 생긴다. 그럴 때면 시답잖은 농담 따먹기라도 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었으면 좋겠고, 함께 점심을 먹을 사람이 있는 직장생활이 부럽다. 지금 걷고 있는 이 길이 제대로 된 길인지 헷갈릴 때 털어놓을 사람 없어 마냥 혼자 걷고 있는 듯한 불안함이 불쑥 솟아오르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시간도 자유롭게 쓰고 하고 싶은 일을 하니 얼마나 좋겠냐 하지만 세상 무슨 일이든 장단점이 있듯이 마냥 헤헤 좋지만은 않다. 이런 게 날이 추워지니 마음도 덩달아 추워져 더 그러나 싶다. 


 얼마 전 많은 일러스트레이터들을 모아 파티 비슷한 연말 행사를 하는 모임이 있었다. 그런 자리에 가면 매번 느끼지만 혼자 일하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고 본인의 얼굴보다는 그림을 보여주며 인사하는 사람들이 많은 자리라 그런지 서로의 얼굴을 보며 이야기 나누는 게 어색하고 쉽지는 않다. (그림 그리는 분들 중에 의외로 부끄럼쟁이가 많다.)

 하지만 한 마디씩 서로의 그림을 보고 눈에 익은 그림에 아는 척 반가워하다 보면 어느새 웃음소리들이 새어나오고 '우린 한편이야' 같은 느낌으로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더 깊은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집에서 혼자 작업하세요?”라는 질문으로 시작한 이야기는 혼자 있을 때의 외로움에 대해 공감하고, 기상시간과 잠드는 시간까지 닮아 있음을 알게 된다. 그러면서 “나만 이렇게 사는 게 아니구나.” 하고 안도한다.


 문득, '나에게도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했던 '동료'가, 함께 같은 길을 걷는 사람들이 이미 이렇게 많이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외로움을 느끼고 한 번은 했던, 혹은 지금도 하고 있는 고민을 똑같이 하고 있는 사람들 말이다.  


 혼자라고만 생각했는데 돌아보니 함께 걷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차갑게만 느껴지던 겨울바람이 일순간 따뜻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조금 더 씩씩하게 걸어갈 수 있을 것 같은 힘이 생기기도 한다. 


 이건 어쩌면 추워서 느낄 수 있는 마음의 온도 때문일지도 모른다.


#모두모두 따뜻한 연말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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