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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hwa Jan 25. 2016

골목길에서 찾은 여유

조금은 멀찍이 나를 바라보는 시간

이화동 길가 지붕 위 고양이, 무엇을 그리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는 건지

 그림을 그리다 보면 종이에 코를 박고 묘사에 집중해야 하는 순간들이 있다. 하지만 너무 가까이에서만 바라보면 어느새 전체적인 균형이 깨져 버린다. 그래서 조금은 멀찍이 떨어져서 바라보는 때가 필요하다. 멀리서 바라보는 순간 깨어져버린 균형이 보이거나 채워 넣어야 할 것들이 보이고, 지워 내야 할 것들을 알아차리게 된다. 


 삶도 조금은 멀리서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 자신을 채우고 있는 색이 무엇인지, 너무 빼곡하게 채워 가고만 있는 것은 아닌지 그런 것들을 알아차릴 시간이 필요하다. 


창신동 골목길 투어 중, 가이드 해 주었던 친한 오빠를 모델로 그려보았다

 일주일 전, 작업실 겸 다양한 용도로 쓸 공간을 알아본다는 친구와 함께  동대문에서부터 창신동을 거쳐 이화동, 그리고 한성대 앞까지 일명 골목길 투어를 했다. 전국 방방곡곡 모르는 곳이 없는 친한 오빠의 안내로 우리는 서울 안에 아직도 이런 곳도 있었나 싶게 생소한 골목들을 누비고 다녔다. 응답하라 1988의 배경으로 나올 것 같은 집들이 언덕 위에 빼곡했다. 그리고 혼자서는 도저히 찾아 나오기 힘들겠다 싶게 미로 같던 골목길이 나오고 보니 신기하게 이어져 하나의 길이 되어 있었다. 그런 골목길을 보니 내가 가는 길도 비록 지금은 헤매고 있을 지라도 찾고 찾고 찾다 보면 어느 순간 잘 찾아 갈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틈 없이 들어서 있는 집들과 전봇대 위 정신없이 휘감겨 있는 전선들이 가득한 골목길을 나와서 바라본 서울의 탁 트인 풍경은 좁은 곳에 있다 나와서 그런지 더할 나위 없이 시원스러웠다. 비록 미세먼지로 뿌옇게 흐리긴 했지만 오래간만의 나들이에 기분이 좋아 그것마저도 상쾌했다. 


 삶을 여유 있게 바라보는 시간은 꼭 멀리 여행을 가야만 생기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괜찮다. 어떤 순간에는 그저 두세 시간 정도만으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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